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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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NPT체제는 끝났는가

북한 핵도발 막아야 할 중·러
국제협약 휴지조각으로 취급
한·일 참여한 협의체 만들고
북핵 폐기 의무 실천 나서야
북한의 5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가까운 장래에 북한은 미국 본토를 핵미사일로 위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에서는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함께 핵 선제공격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면 신정부에서는 북핵을 무용지물로 만들거나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를 더 확실하게 만들고, NPT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NPT에서 핵무기 보유가 인정되는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가 맡은 의무는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자. 핵보유국은 국제사회로부터 핵국가임을 공인받는 대신에 NPT 회원국 겸 비핵국가에게 적극적 안전보장과 소극적 안전보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적극적 안전보장은 ‘유엔안보리결의 255호’(1968년)와 ‘1984호’(1995년)에 합의한 바에 따라 공식 핵보유국인 5개국이 NPT 회원국에게 ‘비핵국이 핵무기로 위협받거나 핵사용 대상이 된 때에 비핵국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국제법적 의무를 부과받고 있다.


한용섭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는 오히려 핵으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북한을 두둔하거나 체제유지를 도와주고 있는 형편이니 핵보유국으로서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에 대한 제재에 대해 동의는 하고 있으나, 유엔안보리에서의 대북제재 논의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고 난 후 이뤄지는 것이기에 사후대응이며, 북한의 행동을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북핵위협이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5대 핵보유국이 NPT의 최고 모범 준수 국가인 한국에 대해 적극적 안전보장 조치를 구체화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은 한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보복적 억제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기에, 안보보장에 필요한 조건이지 충분한 조건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미국의 확장억제는 북한이 핵사용을 위협하거나 고려하고 있을 때 사용 직전에 중지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거부적 억제력을 제공하는 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국, 러시아와 영국, 프랑스가 북한의 핵위협과 핵사용을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NPT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이것이 북한에 대한 확실한 경고이자 미국 혼자만 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적극적 안전보장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소극적 안전보장은 핵국이 비핵국에 대해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5대 핵보유국은 소극적 안전보장을 이행하겠다고 유엔안보리에서 선언한 적이 있으며, 미국은 1994년 제네바합의나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 북한에게 개별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5대 핵보유국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선포하고 계속 도발을 일삼는 지금 NPT상에 보장된 적극적 안전보장과 소극적 안전보장을 받을 자격이 없음과 핵을 포기해야 한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

북핵과 미사일은 NPT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임과 동시에 6자회담 체제를 사실상 무력화한 사건이다. 이란 핵문제와 북한 핵문제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란 핵문제를 해결한 P5+1(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체제는 고려해 볼 만하다. 5대 핵보유국과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P5+2체제를 만들어 북핵에 대한 근본적 저지 대책을 고위급 회담을 통해 합의하고, 북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5대 핵보유국이 공동의 책임을 통감해 북한에게 일치된 의무를 부과하고, 유인책과 벌을 동시에 부과할 수 있어야 지금보다 NPT체제를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용섭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