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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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걱정도 팔자? "이젠 걱정이 팔자"

20대 취업, 30대 주택, 40대 자녀 양육, 50대 이후부터는 노후준비…평생 걱정 달고 살아야
고령자 절반 이상이 노후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후는 '인생의 후반전'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노후가 인생의 아름다운 '황혼'이 아닌 끔찍한 '고통'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내 인구 절반 가량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개인은 물론 범사회적으로 노후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부는 공적 연금 등의 지원을 활성화 해야 하고, 개인들은 사적 연금을 통해 젊은 시절부터 미리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습니다.

옛말에 "걱정도 팔자"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비꼬는 말이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걱정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 △20대는 취업 △30대는 주택 △40대는 자녀 양육 △50대 이후부터는 노후준비 때문에 늘 걱정을 달고 살아야 한다. 이제 ‘걱정이 팔자’가 된 것이다.

◆현대인들 '정말' 걱정해야 일 많아져

이런 가운데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은 최근 경제행복지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6월 14~23일 전화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3.08%P다.

응답자들은 경제적 행복의 가장 큰 장애물로 '노후준비 부족'(34.1%)을 꼽았다. 이어 △자녀 양육 및 교육(19.3%) △주택문제(17.6%) △일자리부족(17.2%)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특히 노후준비 부족이라는 답변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6개월 전 진행한 같은 조사에서 노후준비 부족이라고 응답한 답변은 이번보다 5.3%P 낮은 28.8%, 1년 반 전에는 9.3%P 낮은 24.8%에 불과했다.

김 실장은 "경제적 행복의 가장 큰 장애물은 '노후준비 부족'이라는 응답이 해마다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고령 친화적 일자리의 지속적 창출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는 일자리 부족(35.3%) △30대는 주택문제(31.2%) △40대는 자녀 양육 및 교육(30.0%)을 경제적 행복의 최대 걸림돌로 봤다. 50대와 60대는 각각 50.6%와 66.9% 비율로 노후준비 부족을 경제적 행복의 최대 장애물로 꼽았다. 나이가 들수록 헐거운 사회안전망 탓에 노후준비 부족을 걱정했지만, 기본소득 도입에는 반대(77%)한다는 의견이 찬성(20.6%)을 압도했다.

◆헐거운 사회안전망…노후 준비 태부족

기본소득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구성원 모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적정한 기본소득 금액에 대해서는 월50만원이라는 응답이 39.6%로서 가장 많았다. 월100만원(32.9%), 월30만원(27.5%)이 뒤따랐다.

거시 경제와 관련해서 부진한 소비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응답자들은 소득 감소(22.1%)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하반기 경기는 상반기보다 더 안 좋아질 것(56.2%)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회복의 최대 장애물로는 국내 소비 부진(54.0%)을 첫손에 꼽았다. 경기 회복을 위한 하반기 정부 중점 추진 과제로는 △경기활성화 대책(47.4%)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26.2%) △주택가격 안정화(15.7%)를 꼽았다.

한편 국민의 노후 준비 수준이 전반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국민연금공단의 '노후준비서비스'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6년도 국가 주요사업 집행점검 평가를 보면 국민의 노후 준비 수준은 전반적으로 열악하며 △50세 이상 베이비붐 세대일수록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상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이 많고, 돈 없고, 가방 끈 짧을수록 노후 열악

통계청 사회조사 2015 자료를 보면 노후대비가 됐다고 밝힌 국민은 64.7%에 그쳤다. 교육수준별로는 대졸 이상(80.7%)이 유일하게 80%를 넘겼고 △고졸(63.7%) △중졸(63.2%) △초졸 이하(39.8%) 등의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30대 76.3% △40대 79.3% △50대 76.4% △60대 51.3%가 노후 준비를 했다고 답했다.

소득 수준별로는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인 경우 약 90% 이상이 노후 준비를 했다고 응답했지만 △월 소득 200만~300만원인 대상자는 83.8 △월 소득 100만~200만원인 대상자는 69.4% △100만원 미만인 대상자는 31.3%만 노후 준비를 했다고 밝혀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노후대비를 하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노후 준비를 하지 않거나 못한 이유는 '준비할 능력이 없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0.7%로 다수를 차지했고 △앞으로 준비할 계획(31%) △자녀에게 의탁(12.7%) △아직 생각하지 않음(15.6%)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자료들을 근거로 예산정책처는 노후설계서비스가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노후준비서비스 상담원 1명이 월별 47.7건을 상담하고, 강사 1명은 월별 12.5회의 강의를 하는 현재 국민연금의 노후준비서비스는 내실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부족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서비스 품질향상을 위해 인력을 확보하고 콘텐츠 개발, 전문성 확보 등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