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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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뭐든지 많이 주면 좋다고?"

"무조건 크고, 양이 많으면 좋다"는 인식은 오랜 시간 소비자로 하여금 지갑을 열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양과 크기에 현혹되어 제품을 구매한 후 뒤늦게 불필요한 소비였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이왕이면 크고, 양이 많은 제품을 사려는 심리는 특히 불황과 겹쳐지면서 더욱 공고해져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비성향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소용량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에 비해 외식·도시락·배달음식의 이용이 많아지고,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일은 줄어들다 보니 소비자들은 크고, 많은 양의 제품보다는 소용량·소포장 식품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물론 1인가구의 증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인가구가 주요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면서 그들에게 부담스러운 대용량 식품 대신 소용량·소포장 식품이 많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소용량 식품을 어떻게 생각하고, 실제 얼마나 많이 소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양의 식품에 거부감 느끼는 소비자들 늘어나고 있다. 10명 중 9명은 소용량 식품이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특히 1인가구가 필요성 많이 느끼고 있었다. 소용량 식품 구입 경험도 1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소용량 식품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1~2개월 동안 식품을 직접 구입해 본 경험이 있는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소용량·소포장 식품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 10명 중 9명은 소용량 식품이 필요하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29.9%,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60.5%였다. 이 중 소용량 식품이 ‘매우’ 필요하다는 의견은 특히 1인가구 소비자에게서 많았다. 혼자 살기 때문에 아무래도 소비량이 적을 수밖에 없는 1인가구 소비자가 소용량 식품의 니즈(needs)가 가장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소용량 식품이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은 6.2%,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은 0.3%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이 생각하기에 소용량 포장이 가장 필요한 식품은 채소/야채류(48.4%·중복응답)와 과일류(43.7%)였다. 그밖에 △김치/반찬/장류(38.2%) △축산 식품류(35.5%) △수산 식품류(33.3%) △완전/반조리 식품류(30.5%) △냉동/냉장 식품류(24.9%) △쌀/잡곡/혼합곡류(24.8%) △계란/두부류(23.8%)에 소용량·소포장 제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1인가구는 채소/야채(64%)와 김치/반찬/장류(47%)를, 2인가구는 과일(54.9%)을 소용량으로 구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상대적으로 큰 특징도 살펴볼 수 있었다.

◆소용량·소포장 식품 구매 작년보다 많아져

실제 소용량 식품 구매는 과거에 비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77%가 소용량 식품을 구입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지난해 조사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그만큼 소용량 식품에 대한 니즈가 높아진 것으로, 남성보다는 여성, 그리고 30대 소비자의 구입 경험이 보다 많은 편이었다. 다만 가구 형태별 소용량 식품 구입경험에는 차이가 없어 1인가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가정에서 소용량 제품에 대한 고려도가 높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용량 식품을 구입해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주로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며, 양이 많으면 어차피 다 못 먹고 버릴 것 같아 소용량 식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존 식품의 ‘많은 양’ 때문에 음식을 남기거나, 버려야 하는 등 불편을 겪다 보니 소용량 식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남김 없이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고, 양이 많으면 다 못 먹고 버릴 것 같다는 이유로 소용량 식품을 찾는 발걸음이 더 많았다. 그때 그때 음식을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였으며, 간단하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 소용량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많은 편이었다.

1인가구 소비자의 경우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다는 이유와 함께 혼자 먹을 것이라서 소용량 식품을 구입하는 특징이 매우 뚜렷했다. 반면 소용량 식품의 구입경험이 없는 소비자들은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구입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또한 생각보다 양이 너무 적다는 의견도 많았으며, 함께 나눠 먹을 사람이 많거나 자주 구매하는 것이 귀찮아서 구입하지 않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소용량 식품 만족도 ↑…구입경험자 83.9% "만족스러운 편"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입해 본 소용량 식품은 과일류(57.1%·중복응답)였다. 또한 채소/야채류(44.8%)와 김치/반찬/장류(42.9%)의 구입경험도 많았으며 △계란/두부류(38.6%) △유제품(36.9%) △쌀/잡곡/혼합곡류(35.3%) △빵/베이커리(33.5%) △과자/간식류(33.2%) △면류(29.6%)도 많이 구입한 소용량 식품들이었다.

1인가구의 경우에는 김치/반찬/장류(56.4%)와 계란/두부류(42.3%) 같은 반찬 종류를 소용량으로 구입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소용량 식품을 주로 많이 구입하는 장소는 대형할인마트(73.6%·중복응답)였으며, 그 다음으로는 △슈퍼마켓(37.9%) △동네 소규모 식품점(35.2%) △편의점(31.4%) △대형할인마트 온라인쇼핑몰(14%) △재래시장(12.9%) 순으로 소용량 식품의 구매가 많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중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은 특히 20대(41.3%)와 1인가구(39.7%) 소비자가 소용량 식품을 구입하기 위해 많이 찾는 쇼핑채널이었다. 소용량 식품의 구입 만족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구입해본 소비자의 83.9%가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특히 30대와 1인가구 소비자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너무 양이 많아 식품 구입 꺼려본 적 있다"

식품의 양이 너무 많을 경우 제품 구입을 꺼려하게 되는 성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82.8%가 너무 양이 많아서 식품의 구입을 꺼린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여성과 30대, 1~2인 가구 소비자에게서 보다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대용량 제품의 구매를 꺼려본 경험은 지난해에 비해 훨씬 많아진 것으로, 같은 기간 소용량 제품의 구입이 크게 증가한 이유를 잘 보여주는 결과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

구입을 주저한 경험이 많은 대용량 식품은 △채소/야채류(40.8%·중복응답) △수산 식품류(33.6%) △과일류(32.1%) △냉동/냉장 식품류(28.3%) △쌀/잡곡/혼합곡류(26.4%) △축산 식품류(25.4%) 순이었다. 이에 반해 대용량의 필요성을 높게 바라보는 식품은 △면류(35.3%·중복응답) △과자/간식류(34.6%) △생수/음료/커피/차 종류(34.1%) △냉동/냉장 식품류(30.8%) △쌀/잡곡/혼합곡류(23.8%) △통조림/캔류(21.4%) △주류(18.5%) 등이었다. 대체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나 유통기한이 긴 제품들에 대한 대용량 수요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이 ‘너무 많은 양’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저렴한 가격’이라는 전제조건 아래에서는 다시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식품의 가격과 양의 중요도를 비교 평가해본 결과, 소비자 2명 중 1명이 양이 많고 가격도 저렴한 제품을 원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반면 양이 적고, 가격도 저렴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는 22.2%로, 가격이 저렴할 경우에는 이왕이면 소용량 제품보다는 대용량 제품을 구입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결국 소용량 제품의 정착을 위해서는 가격 부분이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그밖에 21.5%는 가격은 좀 비싸도 양이 많지 않고, 적당한 제품을 원했으며, 가격이 비싸도 양이 많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6.1%에 머물렀다.

◆식품 구매 시 중요 요인, 가격 > 유통기한 > 맛 順

식품 구매 시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려 요인도 가격(67.3%·중복응답)이었다. 가격 다음으로는 유통기한(57.6%)과 맛(54.9%)에 대한 고려도가 높았다. 가격은 20대, 유통기한은 50대가 가장 많이 고려했다. 맛은 연령이 낮을수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그 밖에 △위생상태(38.3%)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지 여부(29.1%) △원산지(26%) △매장 접근성(24.2%) △제조사/브랜드(22.6%) △가격 대비 양이 많은지(22.5%) 등도 많이 고려하는 요인들이었다.

한편 식품을 주로 구입하는 장소는 대형할인마트(86.5%·중복응답)였으며 △동네 소규모 식품점(52.7%) △슈퍼마켓(51.7%) △재래시장(39.7%) △편의점(34.9%)에서의 식품 구매가 그 뒤를 이었다.

작년에 비해 동네 소규모 식품점과 슈퍼마켓·재래시장에서의 식품구매는 감소한 반면 대형할인마트와 편의점에서의 식품구매는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재래시장은 고연령층이, 편의점은 젊은 세대가 식품구매를 위해 많이 찾는 특징을 보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