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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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오늘도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아름답다

야생동물과 더불어 사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사진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수술실에서 김희종 선임수의사가 하늘다람쥐에게 인공호흡을 하고 있다. 이 하늘다람쥐는 전봇대에서 떨어져 다친 다리를 치료 받던 중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호흡정지로 죽음을 맞았다.>>
“후~” 수의사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새끼 하늘다람쥐에게 숨을 불어넣고 있었다. 다리를 다쳐 수술을 받던 새끼는 끝내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작은 몸집의 설치 동물이라 기관내삽관(기도 확보를 위해 기관 내에 관을 삽입하는 것)을 못해 김희종 선임수의사가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국 하늘다람쥐의 심장은 멈춰 버렸다. 수술을 맡았던 장진호 수의사는 죽은 하늘다람쥐에 대해 “미안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속상합니다”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봇대에서 떨어진 새끼 하늘다람쥐 5마리 중 2마리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이곳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데려온 3마리 중 한 마리가 또 죽음을 맞았다. 

<<사진 = 건물에 부딪혀 날개에 골절상을 입고 구조된 황조롱이가 치료를 받고 있다. 골절 부위가 관절 쪽이라 치료가 쉽지 않다. 치료를 제대로 못하면 풀어줘도 날 수 없어 야생에서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판단돼 안락사해야 할 수 있다.>>
<<사진 = 치료 중인 황조롱이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모습.>>
<<사진 = 재활관리사가 여름철새인 솔부엉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부상을 당해 구조된 야생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먹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진 = 건물에 부딪혀 날개에 골절상을 입고 구조된 매가 치료를 받고 있다. 골절 부위가 관절 쪽이라 치료가 쉽지 않다.>>
<<사진 = 희귀종인 흰색오소리가 덫에 걸려 한쪽 다리가 잘렸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돼 재활과정을 거친 뒤 풀어줄 예정이다.>>
<<사진 = 치료에 앞서 수리부엉이의 몸무게를 재고 있다. 주기적으로 건강상태를 체크해 방생시기를 결정한다.>>
<<사진 = 야생동물을 치료하고 있다.>>
충남 예산군 공주대학교 내에 위치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와 재활 훈련을 거쳐 야생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돕고 있다. 어미를 잃은 야생동물의 구조가 가장 많고 차량과 건물의 충돌, 기생충 감염의 이유로 구조센터에 들어온다. 인간의 난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주된 원인이다. “어미를 잃은 야생동물을 섣불리 구조하기 전에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정말 위험한 환경에 처해 있는지. 어미를 잃었다고 착각해 집으로 데려와 기르는 행위는 야생동물을 더 나쁜 환경으로 내모는 일입니다”라고 김봉균 재활관리사는 충고한다.

구조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고라니가 개한테 물려 위험에 처해 있다는 구조요청 전화다. 박용현 재활관리사가 구조출동에 나서며 “고라니는 우리나라에 집중 분포하는 세계적 멸종 위기 종이지만 농작물을 파괴하는 유해 동물로 인식돼 로드킬 등으로 죽거나 다쳐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치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비인도적 처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현장에 다다를 무렵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고라니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고라니 상태를 살펴본 박 관리사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사인일 것으로 추측했다.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인 고라니가 개들에게 물려 큰 상처를 입은 뒤 무서움에 떨며 받은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이라고 한다. 

<<사진 = 구조현장에 도착하자 고라니 한 마리가 싸늘하게 죽어 있다. 박용현 재활관리사는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이라 고라니의 서식환경이 파괴돼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사진 = 새끼 고라니가 개들에게 공격당해 큰 상처를 입고 숨을 거뒀다.>>
<<사진 = 야외 계류장에 있는 고라니들이 인기척에 놀라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곳에 머물고 있는 야생동물들은 야생성을 잃지 않도록 적응훈련을 한다.>>
<<사진 = 야외 계류장에 있는 이 너구리는 구조됐다 야생으로 풀어줬지만 구조센터로 다시 돌아왔다. 위치 추적 장치를 달아 너구리의 움직임을 연구할 계획이다.>>
<<사진 = 야외 계류장에서 어린 삵이 이빨을 보이며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 = 대학생 자원봉사활동가들이 새끼 때 구조돼 재활과 적응 훈련을 마친 흰뺨검둥오리들을 예당저수지 상류에 풀어주고 있다. 호수와 습지가 있는 이곳이 최적의 생활환경이라고 한다.>>
구조센터 입원실과 치료실, 야외 계류장, 포유류장에는 많은 개체들이 머물고 있다. 입원실과 치료실에서 응급치료를 마친 동물들은 야외로 옮겨져 방생되기까지 재활과 적응훈련을 하게 된다. 신체적, 정서적 발달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적합한 환경으로 돌려보낸다. 중요한 점은 사람이 야생동물에게 ‘각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을 따르게 되면 야생성을 잃어버려 무리와 어울리지 못하고 스스로 먹이활동도 할 수 없게 된다. 야생동물은 야생에 있을 때 행복하다.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예산=사진·글 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