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미국 조야에서는 지난 20여년간 대화를 통한 북한 비핵화 시도가 실패했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오바마 정부의 정책기조인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보다 강력한 압박으로 북한정권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기관을 제재하는 포괄적 세컨더리 보이콧이나 엄밀한 금융제재 등의 강력한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보유 기정사실화를 결코 용인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또한, 대북제재의 성패가 중국의 협조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이어서 중국을 직접 압박하거나 북·중 관계를 힘들게 만드는 간접적 압박도 제시되고 있다. 반면 군사적 옵션을 동반하는 제재는 검토 수준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그러므로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을 고려하기보다는 제재와 압박에 치중할 시점이라는 것이 공식적 입장이며, 이를 위한 한·미 공조가 철저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조윤영 중앙대 교수·국제정치학 |
제재국면이 강력하게 시행되는 강대강 국면이 지속되면서 생겨나는 대북제재 협력에 대한 피로도의 누적과 미국의 부담감, 그리고 중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제재와 대화 병행에 대한 필요성이 고려된다면 비핵화와 협상 병행론이 부각돼 추진될 수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쿠바와의 관계개선에서 얻은 자신감과 노하우로 북한에도 유사한 정책을 시도할 수 있고,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에는 불가능하더라도 민주당 정부가 다시 들어설 경우 시도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실제적으로는 비핵화와 협상(평화협정) 병행론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평화협정을 얻기 위해 핵 국가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을 인지하고도 미·중의 전략적 이익의 균형에 의한 병행론이 미국에서 대안으로 시도될 경우 한국은 이에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무엇보다도 보다 공고한 한·미 간의 공조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북한을 몰고 가야 할 것이다.
조윤영 중앙대 교수·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