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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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순실 빨리 귀국해 수사 받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

본보 인터뷰 통해 의혹 부인
박 대통령이 귀국 종용해
사건 진상 철저히 파헤쳐야
독일에서 잠적한 최순실씨는 그제 본보 단독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 연설문을 일부 수정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인사 개입 및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관련 의혹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의 해명에도 민간인 신분인 최씨가 각종 국정 자료를 사전에 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진위를 명백히 가릴 수밖에 없다.

최씨는 인터뷰에서 시종 의혹을 부인하거나 모호한 답변 태도를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회견에서 인정한 연설문 사전 입수에 대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당선 직후 이메일로 받아본 것 같다”면서 누구로부터 받았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최씨 측근이거나 두 재단 설립 과정에 연루 의혹이 제기된 차은택씨,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대해서도 “차씨와 가깝지 않고 옛날 한번 인연이 있었을 뿐” “안 수석 얼굴도 알지 못한다. 김 차관의 경우 저와 연결하려는 ‘그림’”이라고 선을 그었다. 언론에 보도된 두 재단 관계자들의 증언과는 상반되는 주장이다.

최씨가 국정 개입 의혹을 촉발시킨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한 대목도 의문이다. 그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 제 것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태블릿PC 소유주 이름이 딸 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인 유연을 가리키는 ‘연이’로, 실제 해당 PC에 담긴 연설문 수정 아이디도 ‘유연’이었다. 최씨 본인이 찍은 사진과 박 대통령을 비롯해 극소수 인사의 연락처도 저장돼 있다. 그가 이메일을 통해 대통령 연설문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정작 이 연설문이 저장된 태블릿PC 존재를 부인하는 건 모순이다. 그의 해명에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최씨 관련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데는 검찰의 뒷북 수사 책임이 크다. 최씨를 비롯해 핵심 관계자들이 잠적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동안 변죽만 울리던 검찰은 어제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차렸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개입을 의식해 중간 수사 보고 없이 최종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토록 했다. 여야가 ‘최순실 특검’에 합의하자 부랴부랴 수사 강도를 높인 것이다. 생색내기용이 아니라면 청와대 압수수색부터 해야 할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최씨 관련 의혹에 국민들은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리더십의 실종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치의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최순실 스캔들’ 진상을 철저히 파헤치는 게 급선무다.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돌아갈 상황이 아니다”라는 최씨의 말은 ‘집단 패닉’에 빠진 국민들을 더 허탈케 한다. 최씨가 도피를 계속할수록 의혹만 커질 뿐이다. 조속히 돌아와 진실을 밝히고 잘못이 있다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 ’최순실 스캔들’이 모든 국정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이상 그의 신병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최씨 귀국을 종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