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부터 금감원의 행보가 석연치 않습니다. 금감원은 구두로 0.8% 해외결제 수수료를 카드사가 직접 부담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금융 소비자 부담을 덜어준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약관상 해외수수료는 고객이 부담해야 합니다. 카드업계는 또 비자·마스터카드 등 다른 해외결제망을 보유한 카드사들이 이번 일을 잘못된 선례로 활용할까 두려워합니다. 2015년 기준 국내 해외결제 시장 점유율 1위(55.5%)인 비자카드가 당장 내년부터 수수료를 1.0%에서 1.1%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마당입니다. 카드사들이 유니온페이에 이어 비자카드 수수료 인상분도 자신이 떠안게 되지 않을까 우려합니다.
금융계에서 금감원의 이 같은 행정지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입장을 공문이 아닌 구두로 전달한 부분입니다. 구두는 기록이 남지 않고 문제가 될 경우, 발을 빼기 용이합니다. 카드사의 약관에 어긋난 지시를 내렸다면 이런 정황이 더욱 짙어집니다. 과거 금융당국은 구두지시 혹은 창구지도를 관치금융의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책임질 일 없이 권한만 휘둘렀던 것이죠. 금감원은 올해부터 새롭게 제정한 ‘금융규제 운영규정’을 통해 카드사를 포함한 금융회사를 행정 지도할 때 구두를 통한 지도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불필요한 규제가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금감원은 스스로 정한 규정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염유섭 경제부 기자 |
염유섭 경제부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