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증권업계는 애널리스트에 손가락질하기에 앞서 이들이 상장사의 부당압력에 시달리지 않고 소신있게 의견을 펼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만 내려도 기업탐방 자체를 거부하는 ‘억지’ 상장사들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심지어 리포트가 나오는 즉시 구체적 문단의 특정문구까지 지목해가며 원하는 대로 바꾸고 그림 교체까지 요구하는 기업들의 노골적 횡포도 적지 않습니다. 법적인 보호장치조차 없어 기업에 요구받은 대로 보고서를 수정할 수밖에 없고, 따르지 않을 경우 소속된 증권사로부터 회사를 떠나도록 종용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라윤 경제부 기자 |
상장사들의 ‘갑질’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지난 8월 금융감독원 주도로 ‘IR·조사분석 업무처리 강령’이 제정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법적인 효력이 없어 실효성은 의문입니다. 강령이 제정된 후 관련 회의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있었는데도 피해 사례가 정식 접수돼 처리된 적도 없었습니다. 애널리스트 C씨는 “분기마다 한 번씩만 회의가 열리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며 “보다 실효성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라윤 경제부 기자 ry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