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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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톡톡] 흉흉한 게임업계…근무환경 어떻길래

게임업계의 야근과 근무 강도는 악명 높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최근 대형 게임회사 개발자들의 사망이 잇따르면서 게임업계의 열악한 근무환경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엔 넷마블게임즈에서, 지난달 말에는 엔씨소프트에서 각각 개발직군에 종사하던 20∼30대 직원이 사옥에서 투신했습니다. 올 하반기 동안에만 국내 게임 상위사에서 4명의 젊은 게임 개발자가 사망했습니다.
좌)넷마블, (우) 온라인 커뮤니티
이들의 죽음은 게임업계 하면 떠올리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문화’와 대비되는 어두운 현실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10월 자살한 넷마블 직원 박모씨는 게임 아이템을 불법 유통시켰다 적발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인신 모독을 받았다고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지난달 24일 사옥에서 투신한 엔씨소프트 직원 A씨는 업무 스트레스를 포함해 오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잇단 사고가 안타깝다고 밝힌 한 게임개발자는 “과한 야근 등이 문제라 생각하는 내부 분위기가 존재하며 법적으로라도 꼭 개선되었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노동건강연대가 조사한 ‘넷마블 노동실태’ 보고서도 수일 내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노동건강연대 측은 무기명 모바일 방식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전·현직 540명이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야근과 특근을 반복하는 업계 은어인 ‘크런치 모드’에 대한 지적이 특히 많았는데, 길게는 수개월씩 크런치 모드를 강행하지만 워낙 오래된 업계 관행이라 불만을 제기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편 밤늦도록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구로의 등대’라 불리는 넷마블은 최근 “불빛이 새나가지 않도록 커튼을 치라”는 황당한 요구로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는 후문입니다. 노동건강연대에도 설문 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넷마블 측 입장은 “커튼 논란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일부의 억측이 부른 오해”이며 “노동건강연대의 설문은 구글닥스로 이뤄져 넷마블 재직 여부와 관계없이 답변이 가능해 허위정보 취합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문제의 본질적인 개선보다는 상장을 앞두고 논란 은폐가 먼저인 듯한 모습은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 역대 최대 관람객을 동원하며 성료한 게임박람회 ‘지스타 2016’과 정보기술(IT)·게임 강국의 명성 이면엔 게임 개발자 근속기간 평균 3년, 늦은 밤 직원들 기다리는 택시로 가득한 게임사 사옥 풍경이라는 씁쓸한 현실이 그림자처럼 남았습니다.

정지혜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