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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고개 아리랑'-국가의 토지강탈 의혹 사건] “쑥고개 땅 강탈 의혹 보안사 개입”

[탐사보도] 세계일보, 국가기록원 자료 등서 확인

군 정보·수사기관인 국군보안사령부(국군기무사령부의 전신·이하 보안사)가 이갑수(사망)씨 후손들이 서울 쑥고개 땅을 국가에 빼앗겼다고 주장한 사건에 불법 개입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보안사는 민간인 수사권이 없지만 이씨의 장남 이상권(사망)씨와 그의 변호인까지 서울 서빙고 분실로 임의동행해 쑥고개 땅 소송 및 소송대리 취하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세관·이상연씨 부부 조선 영응대군 16대손 이갑수(사망)씨의 4녀 이상연(오른쪽)씨와 남편 송세관씨가 최근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사무실에서 쑥고개 일대의 강탈 의혹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세계일보 취재팀이 국가기록원에 소장된 보안사의 1978년 공문과 소중영(사망) 변호사의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면담 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보안사가 1978년 11월20일 이씨의 4녀 이상연씨의 남편 송세관씨에게 보낸 ‘회신문’에 따르면 보안사는 1976년 이상권씨를 임의동행해 10여일간 조사했다고 인정했다. 이 회신문에는 “변모 소령이 수사관 4명을 지휘해 동 사건(쑥고개 토지분쟁 등) 처리를 위해 피진정인 이씨 외 관련자 전원을 임의동행해 약 10일간 조사했다”고 적혀있다. 보안사는 손모씨 등이 이씨가 쑥고개 일대를 부친 소유라며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해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진정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조사배경을 밝혔다.

 

‘국군서울지구병원’ 간판 내건 옛 보안사 본부 ‘국군서울지구병원’이라는 간판이 내걸린 국군보안사령부 본부의 옛 전경. 이갑수(사망)씨의 4녀 이상연씨의 남편 송세관씨는 40일 동안 서울 모처에 감금돼 고문을 당한 뒤 차에 실려 빠져나갈 때 본 건물 간판에 ‘국군서울지구병원’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증언했다.한겨레신문 제공

또 소 변호사의 진실화해위 ‘면담결과 보고서’에서 소 변호사도 1976년 이상권씨가 보안사 조사를 받을 무렵 서빙고 분실로 끌려갔다고 밝혔다. 소 변호사는 이씨의 소송대리인을 사임하라는 보안사의 협박, 강요에 못 이겨 사임계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변모 전 보안사 소령도 2008년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이상권씨 등에 대해 주로 보안사 문관들이 조사했다”며 “당시 적법한 수사권이 없었으니 불법 체포·감금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별기획취재팀=김용출·백소용·이우중·임국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