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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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은퇴 선언 손연재, 다음 행보는 연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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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서 너무 행복했고 끝내기 위해서 달려왔다. 그래도 울컥한다. 아쉬움이 남아서가 아니다.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 17년동안의 시간들이 나에게 얼마나 의미있었고 내가 얼마나 많이 배우고 성장했는지 알기에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 나는 단순히 운동만한게 아니다. 더 단단해졌다. 지겹고 힘든 일상들을 견뎌내면서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 결과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당장이 아닐지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노력은 결국 돌아온다는 믿음이 생겼다. 끝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하고 그 어떤 누구보다도 내 자신을 믿는 방법을 배웠다.

지금부터 모든 것들이 새로울 나에게 리듬체조를 통해 배운 것들은 그 어떤 무엇보다 나에게 가치있고 큰 힘이 될거라 믿는다. 은은하지만 단단한 사람이 화려하지 않아도 꽉 찬사람이 이제는 나를 위해서 하고싶은것들 해보고 싶었던 것들 전부 다 하면서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와 같이 걸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4·연세대)가 결국 정들었던 매트를 떠난다. 손연재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소감을 올리며 17년간의 선수생활을 되돌아봤다. 손연재의 소속사인 갤럭시아SM은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손연재가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며 “동시에 현역 선수로서도 은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손연재는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 도전에 나섰지만 4위를 차지하며 아쉽게 마무리했다. 손연재는 소속사를 통해 “아쉬움과 후회는 없다. 운동을 계속해오면서 처음 시작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소속사 측은 “손연재는 리듬체조를 떠나지만, 대한민국 리듬체조가 세계 속에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며 “후배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명예를 높이는 일에 손연재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바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탐색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연재는 리듬체조 불모지인 한국에서 기적처럼 피어난 꽃이다. 리듬체조 관계자들은 런던 올림픽 때부터 손연재가 거둔 성과에 대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6살에 리듬체조를 시작한 손연재는 첫 시니어 무대였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한국 최초로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국내 훈련만으로는 한계를 절감한 그는 이후 리듬체조 최강국인 러시아로 건너갔다. 러시아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하며 기량을 키운 손연재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갔다. 손연재는 4년 만에 재도전한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는 월드컵에서 매 대회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기대를 높였다. 비록 리우올림픽에서 러시아와 동유럽의 벽을 넘지 못해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최고 성적 타이인 개인종합 4위에 오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손연재는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논란 과정에서 2014년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해 특혜를 받았다는 근거 없는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손연재의 향후 진로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연예계 진출도 점쳐지고 있다. 최근 소속사인 갤럭시아 SM에서 손연재를 담당하는 부서가 스포츠에서 연예쪽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연재는 지난해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등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리듬체조를 알린 바 있다. 손연재 측은 우선 연세대 복학 후 학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사진=연합뉴스·MBC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