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3일 중국 창사의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 중국과의 원정경기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승점 자판기’로만 여겼던 중국에 충격의 패배를 당한 것이다. 최종예선에서 3승1무2패를 기록하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날 A조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9)이 시리아(승점 8) 원정경기에서 0-1로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슈틸리케호는 간신히 조 2위를 지켰다. 아시아에서는 조별리그 2위까지 본선에 직행한다. A조 3위는 B조 3위와 경기를 치른 뒤 북중미 4위팀과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치러서 이겨야 본선에 오르는 부담이 따른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중국 후난성 창사의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중국과의 경기 전반전에서 중국에 선취골을 내준 후 허탈해 하고 있다. 창사=연합뉴스 |
한국은 중국의 세트피스 한 방에 무너졌다. 중국은 전반 33분 우측 풀백 장린펑(28·광저우 헝다)이 수비 진영에서 공을 빼앗은 뒤 역습을 전개했다. 중원에서 스코틀랜드 리그 출신인 정쯔(37·광저우 헝다)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장린펑은 과감한 중거리슛을 날렸다. 이 슛을 수비수 홍정호(28·장쑤 쑤닝)가 걷어냈다. 가슴을 쓸어내린 것도 잠시였다. 왼편에서 왕용포(30·텐진 콴잔)가 코너킥을 올렸고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밖으로 돌아나온 중국 최전방 공격수 위다바오(29·베이징 궈안)가 헤딩으로 방향을 살짝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슈틸리케호는 전술적으로 완패했다. 리피 감독의 중국은 끊임없이 한국 수비진 뒷공간을 노렸다. 2선에서 최전방 빈공간으로 찔러줄 때 수비 뒤에 서있던 중국 공격수들이 치고 들어가는 공격 방식이다. 중국은 전반에만 오프사이드를 7개 범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골키퍼 권순태(33·가시마 앤틀러스)의 수차례 선방이 없었다면 추가 실점이 나올뻔했다.
최근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와 관련해 중국 내 반한 감정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이날 경기장은 온통 중국을 응원하는 붉은 유니폼을 입은 추미로 가득찼다. 반한, 반롯데 플래카드가 등장할 정도로 중국 응원은 거칠었다. 원정팀 응원에 짓눌려서인지 한국은 초반 적극적인 공세보다는 안정적인 전략을 취했고 위축된 플레이를 보였다. 후반 중반 기성용(28·스완지시티)의 두 차례 중거리슛 외에는 눈에 띄는 공격이 없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