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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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반려견 배설물, 제발 치우세요. 아이들이 밟고 울어요"

반려견 배설물 눈살 / 아이들을 밟을까 걱정 / 오래돼 바싹 마른 것도 / 밟힌 흔적도 눈에 띄어

포근한 날씨를 보인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지구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야외활동을 즐기고 있다.

“기분이 좋을 수가 있나요? 보기만 해도 찝찝하죠. 배설물이 눈에 띄고 잔디에 가려 밟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산책로에 배설물을 치우지도 않고 그대로 두는 가버리는데…. 참 할 말이 없죠”

서울시가 반려견 주인 등을 대상으로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해 ‘펫티켓(펫+에티켓)’을 지도·점검한다고 26일 밝혔으나 29일 주말에 찾은 이촌지구 한강공원에서는 배설물이 곳곳에서 눈에 띄며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한강공원은 서울시민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평일임에도 시민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며 따듯한 봄 날씨를 즐기고 있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맞아 반려견을 키우는 집이 많아지면서, 이로 인한 분쟁도 늘고 있다. 공원에서는 방치된 배설물 때문에 불편하다는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일부 반려견 주인들 때문에 전체가 눈총을 받기 일쑤다.

포근한 날씨를 보인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지구 한강공원에서 치우지 않은 반려견 배설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강 모(52·여) 씨는 “건강을 생각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웃과 한강공원 산책길을 걸어요. 걷다 보면 방치된 애완견 배설물을 종종 눈에 띄는데 볼 때 마다 불쾌하죠.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일부 반려견 주인들이 시민의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라며 말했다.

김 모(48·여) 씨는 "공원 풀밭에서 배설물을 보면 기분이 좋을 수가 있을까요? 공원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인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가 있죠?"라며 혀를 찼다.

반려견이 풀숲이나 나무 귀퉁이에서 배변을 본 후 방치해 배설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반려견 배설물이 부쩍 늘어 골치가 아프다고 하소연이 여기저기에서 들리고 있다.

포근한 날씨를 보인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지구 한강공원에서 반려견이 목줄을 매지 않은 채 돌아다니고 있다.
푹 꺼진 풀과 함께 배설물이 밟힌 흔적이 눈에 띄었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밟고 지나다닌 흔적도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도 크기가 다른 배설물도 눈에 띄었다. 어린아이들 주먹보다는 조금 작고, 검은색 배설물은 오래돼 바싹 마른 것도 있었다. 2~3일 정도 돼 보이는 것도 곳곳에서 보였다.

가족과 함께 공원을 찾은 이 모(45·남) 씨는 “대부분 시민이 배설물을 봉지에 담고 그 자리를 깨끗이 치우고 가지만 일부 시민들이 배설물을 내버려 두고 가는 사례가 잦아진 것 같다”며 “공원이 깨끗하다고 생각해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뛰어놀게 하는데 배설물을 밟고 넘어질까 봐 걱정됩니다.”고 말했다.

부모와 함께 공원을 찾은 아이들은 뛰어놀기 정신이 없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깨끗해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반려견 배설물이 1m 간격으로 널브러져 있다. 배설물을 본 부모들은 돗자리를 이곳저곳으로 옮기며 눈살을 찌푸렸다.

포근한 날씨를 보인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지구 한강공원에서 치우지 않은 반려견 배설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동물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 최고 40만 원, 목줄 등 안전 조치를 하지 않거나 대소변을 처리하지 않는 경우 최고 10만 원, 인식표 하지 않은 경우는 최고 2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단속은 이뤄지고 있지 않은 듯했다.

이렇듯 반려동물 선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반려견의 주인들이 건전한 의식과 자발적인 참여가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