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선율 부분이 지나고 랩이 시작되자 카페 인근에서 쉬고 있던 시민들 사이에 난감한 표정이 번졌다. 가사가 지나치게 선정적이었기 때문이다. ‘19세 미만 청취불가’ 판정을 받은 이 노래는 헤어진 남녀가 서로를 잊지 못하고 성관계를 가지는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열살 난 아들과 거리를 걷던 홍모(40·여)씨는 “아들의 귀를 막아주고 싶다. 카페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 음악을 틀어놓은 거지만 공공장소에서 이래도 되는지 싶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서울 관악구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는 인기가수 B의 노래를 틀어 놓고 있었다. 역시 ‘19금 음악’이다. 비속어가 여러 번 나오는 이 노래를 매장 앞을 지나는 10대 청소년들은 익숙한 듯 따라불렀다. 한눈에도 10대 손님이 많은 성북구의 다른 카페에는 애인의 내연남을 살해한다는 내용이 담긴 C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관련법이 시행된 이후 총 1만36개곡이 청소년 유해음악으로 지정돼 있다. 이 중 2015년 한 해 청소년 유해음악으로 선정된 884곡 중 유해성을 판단한 이유(중복 가능)는 비속어 사용이 825곡으로 가장 많고 담배·술 언급이 167곡이다. 성관계를 묘사한 노래도 103곡에 이른다.
이런 노래를 담은 음반은 청소년유해매체물임을 알리는 표시를 해야 하고 청소년들이 구입할 수 없다. 또 방송사는 오후 10시 이전에 해당 곡을 방송할 수 없고 음원사이트에서는 성인인증을 해야 들을 수 있다. 19금 음악에 어린이, 청소년들이 접근하는 걸 막는 나름의 장치를 둔 것인데 정작 공공장소에서 이 같은 노래를 듣는 것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여가부 관계자는 “인력 문제 등으로 관리 감독이 어렵고 길거리에는 불특정다수가 다니다 보니 청소년보호법 적용범위를 정하기 힘들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 협력해야 (이같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외설적인 정도가 지나치지 않다면 신고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며 “선정적인 포스터나 간판의 경우 사진 등 물증이 남아 단속을 할 수 있는데 음악의 경우 형체가 없어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래를 활용하거나 길거리에서 듣는 업주들이나 청소년들에게서 문제의식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카페 업주 장모(40)씨는 “음원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노래들을 무작위로 틀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음악이 미성년자 청취불가인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고 털어놨다. 이모(18)군은 “신경쓰지 않는다. 유튜브 등을 통해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