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한탕주의'가 부른 참사… 궁지 몰린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태’ 1년 만에 또 대형 악재 / 준용씨 파슨스 스쿨 동료 육성 / 증언도 조작으로 확인돼 타격 / 全大 준비로 당 일신 분위기 찬물 / 안철수 위상 흠집… 복귀 늦어질 듯 / 전문가 “한탕주의 자정 노력 필요”
국민의당이 지난 대선 때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에 대한 고용정보원 특혜채용 의혹의 증언이 허위제보로 드러나며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왔다. 이번 사태로 국민의당은 공당으로서 도덕성에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됐다. 여권 내부에선 ‘대선 공작 게이트’로 확산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고개 숙인 비대위원장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대선 막판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개 숙인 비대위원장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대선 막판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이 28일 사과한 준용씨 관련 허위 증언은 대선 나흘 전인 지난 5월5일 공개됐다. 당시 김인원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이 공개한 것은 준용씨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 대학원을 함께 다녔다는 동료의 육성이었다. 국민의당은 제보내용을 토대로 준용씨를 넘어 문 대통령의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공세의 수위를 끌어올렸던 터라 역풍을 피해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당은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졌다가 1·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며 명예회복을 해나가는 찰나에 또다시 위기를 맞은 형국이다. 8·27 전당대회를 준비하며 대선 패배후 당의 면모 일신을 도모하려던 분위기에도 찬물 세례가 쏟아진 셈이다. 대선 패배 이후 잠행 중인 안철수 전 대표 입장에서도 대선주자 위상에 흠집이 나면서 정치 복귀일정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료를 조작한 당원 이모씨는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인물로 알려졌으며, 이를 제보받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도 대표적인 안철수계로 꼽힌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사과를 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한 조치였다는 후문이다. 당초 당 간판인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를 해야 하는지를 놓고 당 내부에선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박 위원장이 사과를 자청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대선 때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과 관련,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사과한 뒤 이용주. 김유정 의원과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인사청문회, 추가경정예산안 정국에서도 국민의당은 당분간 선명한 대여투쟁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사건은 '대선 공작 게이트'로 파장이 커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엄청난 범죄”라고 규정했다. 당장 의혹이 적지 않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사퇴와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주춤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과 함께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위축되며 통합론이 비등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당 지도부나 선대위 관계자가 제보 조작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묻지마’식 허위 폭로는 이번 대선이 처음은 아니다. 15대 대선 때는 신한국당 측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겨냥해 670억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했고, 16대 대선 때는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비리를 둘러싼 ‘병풍 사건’이 불거졌지만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사법부가 최근 ‘사법 불신’ 해소의 차원에서 무고죄를 엄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권에서도 거짓 폭로전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받고 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일보 통화에서 “국민의당도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한 부분에서는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다”며 “일단 선거판을 뒤집고 보자는 한탕주의 사고방식에 대한 정치권의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