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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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SNS 장악 보고서' 파문] 여론조작 ‘종합판’… 상당 부분 현실화

지시·실행 연결 고리 규명 주목
국가정보원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는 그간 정부 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온·오프라인 상의 각종 여론 왜곡·조작 활동을 구체적으로 담은 ‘종합판’으로 평가된다. 특히 보고서 형태, 국정원 제안 가운데 상당 부분이 현실화했다는 점 등에서 정책기획 보고서의 성격으로 판단된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진상 조사에 착수한다면 세계일보가 입수한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국정원-청와대 간의 ‘기획-보고’를 넘어 ‘지시-실행’ 등의 연결고리가 규명될지 주목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세계일보 취재 결과 국정원 보고서는 10·26 선거 직후 작성돼 청와대에 보고됐다. 이후 국정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본격화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 기록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011년 10월26일 서울시장 재보선을 닷새 앞두고 열린 전 부서장 회의에서 “종북세력을 인터넷에서 끌어내야 한다”고 밝혔고, 선거 직후인 11월18일에는 “여당 소속 나경원 후보가 트위터에서 1억원 피부숍 논란이 일면서 낙선했다”는 지적과 함께 SNS 대응 강화를 주문했다. 이후 국정원은 사이버 심리전단 5팀(SNS) 인원을 23명으로 두 배 가량 늘렸고, 집중적으로 트윗 글을 올린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당시 여권 움직임도 주목된다. 보고서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2012년 4월11일)와 제18대 대통령 선거(〃 12월19일), ‘여당’, ‘여권’, ‘여’를 줄곧 언급하면서 한나라당의 지리멸렬한 SNS 대응실태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보고서는 “차기 총선 등 주요 선거 시 SNS 활용 능력·영향력을 공천 심사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는데, 한나라당 지도부는 ‘온라인 소통지수’를 중앙당 당무감사에 포함하고, 공천심사 땐 ‘SNS 소통지수’를 반영한다는 방침을 차례로 밝히면서 내부 반발을 사는 등 논란을 빚었다. 당시 여당 지도부가 보고서의 또다른 종착역이 아니냐는 추론이 나온다.

국가정보원이 2011년 11월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
보수 인터넷 언론과 페이스북 광고비중 확대 제안도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국회에 제출한 ‘정부 광고 집행 현황’에 따르면 인터넷 분야 광고비는 2011년 319억원에서 2012년 408억원, 2013년 466억원, 2014년 558억원으로 꾸준히 늘었고,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6%에서 11.9%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페이스북 광고의 구체적 증가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사용자 수치 외 지역(국가)별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수 성향 매체에 대한 쏠림은 뚜렷했다. 2008∼2014년 6년간 정부 광고를 받은 진보와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는 각 4개, 16개였고 광고 액수는 10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이 무렵 보수 언론에는 SNS의 부작용, 폐해를 지적하는 기획물과 칼럼, 사설이 집중적으로 실렸다. 보고서를 접한 한 전문가는 “국정원 제안은 거의 현실화된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특별취재팀=조현일·박현준·김민순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