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문제가 지구촌 최대 고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 유럽 도시에서는 쓰레기 처리 대책이 정치 이슈가 된 지 오래이고, 쓰레기 산이 무너지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소식도 매년 이어지고 있다. 바다를 떠다니는 새로운 쓰레기 섬이 잇따라 목격되고, 우주를 뒤덮은 쓰레기가 향후 우주개발의 난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마트폰 등이 급속도로 확산한 아시아에서는 전자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다. 2017년 지구촌의 쓰레기 고민을 들여다봤다.
로마의 쓰레기 문제는 쓰레기 매립지 부족과 관련해 공무원·장비 부족 문제가 얽히면서 몇년째 확산했다. 이탈리아 보건부가 거리의 쓰레기 탓에 갈매기 등 새떼가 창궐하고, 출몰하는 쥐와 바퀴벌레 때문에 질병이 우려된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이탈리아 언론은 쓰레기 불법매립에 마피아가 개입돼 있다는 소식을 매년 전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도 최근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파리는 낭만적인 이미지와 달리 담배꽁초 등 쓰레기 투기, 애완동물 대소변 방치 등의 문제를 겪어왔다. 파리의 거리에서 매년 수거되는 담배꽁초만 150t에 이른다.
최근 몇년 새 중국과 러시아도 쓰레기 대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부유한 도심에서 폭증한 쓰레기가 시골로 배출되면서 유럽 각국에서 빚어지던 지역 갈등의 양상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올해를 환경의 해로 지정, 1940억루블(약 3조7000억원)을 폐기물 재활용을 포함한 각종 환경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재활용 대상 쓰레기의 매립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면서 분리수거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철스크랩 등의 폐기물 매립을 금지하더니, 내년 1월부터 종이·타이어·유리 등의 매립이 금지된다. 지방정부는 주요 제조 공장들이 자체 폐기물처리 설비를 도입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중국도 2020년까지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충칭(重慶), 그리고 각 성의 성도(省都) 등 전국 46개 도시에 분리수거 제도를 대대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해당 도시의 정부기관과 학교, 기업 등 공공기관은 유해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의무적으로 분리해 버려야 한다. 이를 통해 해당 도시의 쓰레기 재활용률을 최소 35%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다. 하지만 일반가정은 분리수거 권고 대상일 뿐이다. 최근 소득 증가와 맞물려 전자제품 소비가 급증한 중국에서는 전자 쓰레기 발생량도 2배 넘게 늘었다. 중국의 2015년 전자 쓰레기 발생량은 668만1000t으로 2010년(300만t)에 비해 크게 늘었다.
중국에서 분리수거 강제조항이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중국은 2000년 베이징과 상하이 등 8개 주요 도시에서 분리수거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2008년 올림픽을 앞둔 베이징시는 분리수거 불이행 시 최고 200위안(약 3만4000원)의 벌금까지 부과했다.
하지만 도시별로 분리수거 표준이 달라 제도 시행이 쉽지 않았다. 일부 도시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주를 이뤘지만, 다른 도시에서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를 목표로 했다. 최근 3년 동안 중국 주요 도시들의 분리수거 중점사항은 음식물 쓰레기로 자리 잡고 있다.
덴마크는 한때 개인당 연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668㎏으로 유럽 내 2위였지만 최근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서 태어나 13살에 덴마크로 이민 온 셀리나 율이 2008년 페이스북에 ‘음식을 버리지 말자’(Stop Wasting Food)라는 소규모 모임을 만든 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유명 슈퍼마켓 체인이 대량 구매 할인을 없앴고,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담아가는 봉투 겉면에는 ‘개 봉투’(Doggie Bag)가 아니라 ‘좋은 봉투’(Goodie Bag)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기업들이 남은 음식이나 식자재를 기부하기 시작했고, 덴마크 학생들에게 ‘쓰레기 줄이는 방법’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2020년까지 정부·NGO·기업 차원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50%가량 절감할 수 있는 유럽식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