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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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트럼프 취임 6개월과 ‘내로남불’

지지율 36%로 2차대전 이후 최악 / 2018년 중간선거서 공화 참패 예고 / 트럼프, 남에겐 가혹 자식엔 관대 / 당분간 미국 부러워 않아도 될 듯
20일(현지시간) 정확하게 취임 6개월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취임 6개월 즈음해 발표된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6%였다. 지난 4월 취임 100일에 기록한 지지율 42%에서 또 밀렸다. 최근 70년 동안 역대 정부의 집권 초반(6개월) 지지율 중 최저치였다. 2차세계대전 이후 역대 대통령들 중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다. 그동안 39%로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던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오명의 자리에서 어부지리 격으로 물러나게 됐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으로 취임한 포드 전 대통령은 그를 곧장 사면해 위기에 몰렸던 인물이다. 백악관에 머문 기간도 30개월에 불과했다.

WP·ABC의 또 다른 질문에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유권자의 52%가 민주당을 내년 중간선거의 상·하원 양원 다수당으로 희망했다. 집권당인 공화당의 다수당 유지를 원하는 유권자는 38%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의식은 없는 듯하다. 그는 오히려 “ABC와 WP의 여론조사는 지난 대선 기간에도 대부분 부정확했다”며 “지금 시점에서 거의 40%에 가까운 지지도는 나쁘지 않다”고 의미를 왜곡했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자업자득의 결과물이다. CNN방송이 분석한 트럼프 대통령의 6개월은 소통에 실패한 최고통치권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그동안 한 차례만 기자회견에 나섰다. 같은 기간 11차례와 12차례에 달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크게 비교된다. 말이 어눌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5차례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대신 지지자들을 만나는 방식을 택했다. 지지자를 상대로 한 대중유세는 5차례 이뤄졌다. 플로리다와 테네시, 켄터키, 펜실베이니아, 아이오와주 등 공화당의 전통적인 텃밭과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선택한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 이뤄진 유세였다.

대선 과정에서 지지층 결집에 활용했던 트위터는 백악관에 입성해서도 애용했다. 대통령 계정을 제외한 자신의 개인 계정 트위터에 올린 글만 991건이었다. 트위터는 상대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해명을 하는 출구로 주로 이용했다. 트윗 10차례 중 한 차례꼴로 언론을 ‘가짜 뉴스’로 몰아붙였으며, 58차례에 걸쳐 ‘러시아 스캔들’을 해명하기도 했다. 지지층의 눈치도 보지 않은 행보도 이어갔다. 백악관 입성 이후 맞이한 26차례의 주말 중 21차례는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등 전국의 ‘트럼프 리조트’에서 보냈다. 자신 소유의 골프장에서 운동을 한 것은 40일에 달했다. 정작 대통령의 직무엔 소홀했다. 공약으로 내걸었던 세제개혁과 인프라 확충 등과 관련 법안 처리는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입법을 제외한다면 대통령 단독 권한인 행정명령(40), 포고(54), 메모(48)는 총 142건이 발표됐다. 그나마 의회와 협치 산물인 법안엔 42차례 서명했지만, 이마저도 15차례의 서명은 ‘오바마 지우기’ 일환이었다. 앞으로 6개월도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치명적인 ‘정치 공백’을 야기할 것이라는 게 CNN방송 등의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부동산사업으로 부를 일궜지만 존경받지 못하는 재벌의 모습과 진배없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소신에 따라 ‘오바마케어’(국민건강개혁법) 폐기에 실패하자 내놓은 반응이 이를 반증한다. 오바마케어가 더 망가지도록 방치해야 하고, 대체법안인 트럼프케어 입법에 실패하면 의원들은 여름 휴가 갈 생각을 말라고 윽박질렀다.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다. 남에게는 거침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식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했다. 급기야 아들과 사위가 ‘러시아 스캔들’로 증언대에 서게 됐다. 취임 6개월을 맞이하는 ‘기념행사’치고는 고약하다. ‘내로남불’의 태도를 버리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 안쓰러움을 느끼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 꼭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이제 당분간은 우리가 미국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