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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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협력업체 ‘검은 돈’ 거래 정황 포착

檢 “이상 징후 발견” 집중 조사… 이르면 내주 하성용 前 대표 소환 / 비자금 조성 등 경영비리에 초점… ‘연임 로비’ 의혹 수사 확대 방침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일부 협력업체 사이에 비정상적 자금거래가 벌어진 정황을 포착하고 비자금 조성 의혹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후반 하성용(66) 전 대표를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21일 “협력업체와 KAI 간 거래에 이상 징후가 몇 가지 발견돼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상한 거래 부분과 관련해 실무자를 조사하고 자료도 분석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검찰 수사 대상은 KAI의 수백억대 원가 부풀리기와 하 전 대표 등 경영진의 하도급 업체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다. 검찰이 KAI와 협력업체 간에 있었던 이상 거래 징후를 포착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하 전 대표 등 KAI 전·현 임직원들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개발비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방법으로 최소 수백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KAI가 하 전 대표의 측근들이 운영하는 일부 협력업체에 용역과 항공기 부품 하청 일감을 몰아주는 특혜를 부여하고 그 대가로 뒷돈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포착한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원가 부풀리기와 하성용 대표의 횡령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8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KAI 협력업체 T사를 압수수색, 압수품을 가져나오고 있다.

협력업체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지난 18일 하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조모씨가 대표로 있는 T사와 KAI 출신 위모씨가 운영하는 Y사 등 5곳의 KAI 협력업체를 이미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우선 비자금 조성 여부까지 포함한 경영상 비리 부분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나서 하 전 대표의 연임 및 수주 관련 로비 가능성 등으로 수사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하 전 대표는 2013년 취임 후 박근혜정부 내내 온갖 비위 의혹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사원, 경찰 등의 내사를 받았음에도 2016년 5월 대표로 연임돼 건재함을 과시했다.

전날 KAI 경영지원본부 이모(57) 본부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검찰은 일단 다음주 초까지 회계자료 등 압수물 분석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하 전 대표 등 KAI 전·현 임직원들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수상한 뭉칫돈이 오간 단서를 확보해낸다는 방침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