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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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보편요금제 의무화… 이통사 “상품 통제” 반발

미래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초안 공개 / 요금수준·음성·데이터 제공량 의견수렴 거쳐 2년마다 조정 / 2018년 첫 도입되는 보편 요금제 월 2만원·데이터 1GB 안팎 전망 / 이통사들 “자유시장경제 위협”
정부가 현재 무선통신 요금제보다 싼값에 많은 데이터·통화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놓고 이통사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보편요금제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초안’은 이통사의 전체 통신상품 수익과 연계되도록 설계됐다. 정부는 보편요금제를 2년마다 갱신하고, 필요한 경우 일정 범위 내에서 요금이나 데이터 제공량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통사들은 “민간기업의 상품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 과도한 법안”이라며 반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1일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마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SK텔레콤)에게 정부가 고시한 보편요금제의 이용 약관을 정해진 기간 내에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요금 수준과 음성·데이터 제공량 등은 전문가, 소비자단체,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의 의견 수렴을 거쳐 2년에 한번씩 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통신 시장이 변화할 경우 조정 시기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정부가 2년이 안 돼도 필요한 경우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개정안 초안은 ‘제28조의2(보편요금제)’를 신설하고 보편요금제의 제공량을 ‘일반적인 이용자의 전년도 평균 이용량’ 대비 50∼70% 수준으로 정했다. 또 보편요금제의 이용 요금은 선택약정 할인을 적용한 단위 요금이 전년도 ‘시장평균 단위 요금’(이통사 전체 요금 수익÷전체 데이터 제공량)의 100∼200% 수준이 되도록 했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일반적인 이용자의 음성 통화량은 300분, 데이터 사용량은 1.8GB다. 이에 따라 내년 도입 예정인 보편요금제의 서비스 수준은 월 2만원에 음성 150∼210분, 데이터 0.9GB∼1.26GB 수준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는 알뜰폰 업체가 통신설비를 갖춘 기존 이통 3사에 지급하는 ‘도매 가격’을 소매 가격의 50∼60% 수준에서 책정할 계획이다.

이통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보편요금제 도입 자체도 불만이지만, 고가 요금제 가입 비중을 높이기 어렵도록 법안이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이 고가 요금제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할 경우,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고, 시장평균 단위 요금도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보편요금제의 데이터 사용량도 함께 올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는 보편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나 이용요금을 10%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사실상 민간기업의 상품·서비스 출시 여부, 가격, 구성을 모두 정부가 정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자유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토론회 전날 오후에서야 법안 초안을 봤다”며 “만 24시간도 안 돼 관련 토론회를 열고, 토론 시간도 1시간밖에 되지 않는 정부의 일방적인 행사”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반면,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소비자단체가 요금제 조정에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고, 데이터 사용량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