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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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talk톡]‘경제 콘트롤타워’ 휴가 구상은

‘김동연 패싱’ 논란… 존재감 회복 고심할 듯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부터 여름휴가를 떠납니다.

최근 결막염이 심해져 휴가는 경기 의왕시 자택에서 쉬면서 보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꼼꼼한 일처리로 소문난 김 부총리의 성격상 이번 휴가는 눈앞으로 다가온 예산 정국과 늦어지고 있는 기재부 인사 등을 구상하는 기간이 될 것 같습니다. 이달 중 내년도 예산안과 가계부채종합대책 등을 줄줄이 발표할 예정인 데다 조직 개편과 인사도 서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산안과 인사도 중요하지만 김 부총리는 이번 휴가 기간에 ‘김동연 패싱(건너뛰기)’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당·청의 정책 드라이브에 대한 숙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경제부처 수장인 김 부총리는 최근 소득세·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과정에서 여당과 청와대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세율 인상은 없다”는 자신의 입장을 뒤집어 주무장관으로서 체면을 구겼습니다. 8·2 부동산 대책 발표 과정에서도 부총리가 발표하던 관례와 달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마이크를 잡으며 적잖은 구설에 시달렸습니다. 김 부총리 자신도 기자들과 만나 “경제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시장에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메시지를 주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는 국민에 대한 메시지도 세련되게 전달해야 한다”고 다짐했을 정도입니다.


이천종 기자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일 김 부총리가 ‘유쾌한 반란을 꿈꾸는 김동연입니다’라는 문패를 달고 개설한 페이스북 개인 페이지가 눈길을 끕니다. ‘유쾌한 반란’이라는 표현은 김 부총리가 최근 펴낸 책에서 사용한 문구입니다. 기재부 공식 페이스북 계정과 달리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김 부총리가 직접 운영할 예정인 만큼 그의 메시지 창구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여름휴가가 끝나면 김 부총리의 전공 분야인 예산 정국이 도래하는 만큼 존재감이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문재인정부의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증세 못지않게 재량지출을 대폭 줄이는 세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김 부총리도 기자들과 만나 “세수를 감당하는 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세출 구조조정을 어떻게 잘할지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재충전하고 돌아올 김 부총리가 주특기인 예산 정국에서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