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지사의 승리 비결은 ‘반자민당 세력’의 흡수였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의 ‘사학스캔들’, 각료와 국회의원의 실언과 말썽이 잇따르자 자민당에 등을 돌린 보수층의 표를 끌어모은 것이 가장 큰 승리 요인이 됐다. 자민당에 실망한 보수표가 진보 정당으로 향하지 않고 다른 보수 정당을 선택한 것이다. 고이케 지사는 아베 총리 측과 갈등을 빚다 자민당을 탈당했지만 개헌에 찬성하는 등 우익·보수 성향 정치인이다.
고이케 지사는 자신의 국정 진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그의 측근인 와카사 마사루 중의원은 정치단체 ‘일본퍼스트회’를 설립했으며 올해 안에 신당 창당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퍼스트회는 차기 중의원 선거 후보자를 양성하기 위한 사설 정치학원을 오는 16일 개강하며, 첫 강좌의 강사는 고이케 지사가 맡을 예정이다. 고이케 지사 측이 신당을 만든다고 해도 아직 세력이 미미하다. 창당 후 기존 정당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가세한다고 해도 당장 정권 교체에 도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민진당과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를 위해서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진당의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과 갈라선 뒤 고이케 지사 측과 손을 잡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다른 야당도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마에하라 대표는 야권 재편을 통한 정권 교체 분야의 ‘프로’다. 그는 1992년 일본신당, 1998년 민주당(현 민진당)의 결당에 참여해 정권 교체를 이룬 경험이 있다. 특히 일본신당 결당 때는 고이케 지사도 함께했다. 따라서 두 사람이 다시 손을 잡고 ‘비(非)자민 결집’을 통한 정권 교체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