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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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갈팡질팡’ 식약처, 비난 화살 자초

납득할 설명 없이 뒤늦게 자료공개 / 명확한 기준도 없어 국민 불안 가중 / 전수조사 기준·과정 결함땐 직격탄
최근 이어진 ‘생리대 파문’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되레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는 안전성 기준의 미흡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득 및 정보전달의 일관성 부족이 주로 거론된다.

식약처는 여성환경연대가 제출한 강원대 김만구 교수의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를 지난달 30일과 지난 4일 두 차례에 걸쳐 공개했다. 제품명이 오르내리며 의혹이 증폭되고 관련 업체들의 피해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여성환경연대 측의 시험에 대해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구체적인 내용 부족과 객관적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만약 안전성 입증이나 행정조치의 근거로 삼기가 어렵다면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고 제대로 된 검사를 시행해 결과를 알려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국민(소비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자료를 공개했다. 이마저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해석이나 연구자의 설명은 없었다. ‘릴리안’ 제품명 공개 이후 여성환경연대에게 쏟아지던 비난의 화살을 식약처 스스로 자신에게 돌린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대응으로 국민적 불신과 혼란은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태의 근본 문제로는 생리대의 유해물질과 관련한 기준이 없었다는 점이 꼽힌다. 발암물질과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등의 유해물질이 어느 정도까지 안전한지에 대한 기준이 없었던 탓에 이들 물질의 발견 자체로 국민적 불안이 가중됐다.

결국 식약처가 이달 말쯤 발표하기로 한 생리대 전수조사 결과가 현 상황 해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살충제 달걀 사태’ 때와 같이 검사 기준 선정이나 조사 과정에 대한 결함이 드러날 경우 신뢰 회복은 상당히 먼 미래의 일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C&I소비자연구소의 조윤미 대표는 “식약처가 과학적 기준을 바로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의 중요성도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며 “근거 없는 의혹과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