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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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평창동계올림픽 메달…‘한국의 멋’ 담았다

서울·뉴욕 동시 공개 / ‘평창동계올림픽이공일팔’ 글자 측면에 한글 자음만 입체적 새겨 / 지름 92.5㎜… 금메달 무게 586g / 리본, 한복 갑사 소재에 수놓아 / 역동적 사선, 선수들의 땀 표현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대부분 스포츠인들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인생의 목표다. 금빛 메달을 걸고 세계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을 위해 선수들은 청춘을 걸고 피땀 흘려 연습에 매진한다. 올림픽 메달이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수여하는 기념물을 넘어선 가치를 지니는 이유다. 그런 만큼 올림픽 때마다 개최국들은 메달에 주최국의 문화와 정신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정상에 선 선수들의 노력과 함께 개최국의 정신까지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메달에도 한국의 정신이 담겼다. 특히 이번에는 민족 정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한글을 주요 모티브로 했다.
금메달의 위용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의 앞면(왼쪽)과 뒷면. 메달 옆면에 한글 자음을 새기고 전통 한복 소재인 갑사를 리본에 활용하는 등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았다.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도종환 문체부 장관, 이희범 조직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평창동계올림픽을 빛낼 금·은·동메달을 공개했다.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도 같은 시간에 공개 행사가 열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메달을 선보였다.

지름 92.5㎜, 금메달 586g, 은메달 580g, 동메달 493g의 무게로 제작된 평창올림픽 메달과 리본은 우리 문화의 상징인 한글과 한복을 주된 모티브로 ‘한국적 세련미’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메달 앞면에는 좌측 상단에 오륜이 배치됐고, ‘선수들의 노력과 인내’를 표현한 역동적인 사선이 펼쳐진다. 뒷면에는 대회 엠블럼과 세부 종목명을 새겼다. 메달을 걸 리본에는 전통 한복 특유의 갑사(고급 비단)를 소재로 한글 눈꽃 패턴과 자수가 적용돼 한국의 멋을 살렸다.

독특한 것은 메달 측면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공일팔’의 자음과 모음의 조합 중 자음의 ‘ㅍㅇㅊㅇㄷㅇㄱㅇㄹㄹㅁㅍㄱㅇㄱㅇㅇㄹㅍㄹ’이 입체감 있게 표현돼 특색을 더했다. 이 자음은 전면의 사선과 연결돼 조화를 이룬다. 이석우 디자이너는 “한글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형상화하고 입체화할지에 중점을 뒀다”면서 “측면에서 연결해 전면으로 이어지는 이런 디자인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메달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한 규정에 맞춰 주최국이 올림픽 정신을 살리면서도 저마다의 특징을 담아 디자인한다. 하계올림픽은 IOC가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부터 적용한 표준 디자인을 앞면에 쓰고 뒷면에 개최국 특징을 담아 디자인하는 관행이 1972년 뮌헨 대회 때부터 굳어졌다. 이에 따라 1988년 서울올림픽은 앞면에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여신 니케가, 뒷면에 월계수를 물고 날아가는 비둘기와 태극 무늬를 응용한 서울올림픽 엠블럼이 들어갔다. 
희망찬 꿈나무들 동계스포츠 유망주 선수들이 2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메달 발표회 행사에서 메달을 들어 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왼쪽부터 스키점프 양승욱, 쇼트트랙 남현율, 컬링 이희성.
이제원 기자

동계올림픽은 표준디자인이 없어 더욱 개성 넘치는 표현을 시도할 수 있다. 1972년 일본 삿포로 동계올림픽의 메달은 사다리꼴에 가까운 울퉁불퉁한 모양이었고,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 메달은 도넛 모양으로 가운데가 뚫려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메달은 앞면에 오륜, 뒷면엔 대회 엠블럼과 종목명이 들어간 비교적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측면의 한글자음을 통해 동계올림픽 메달이 가진 독창성을 살렸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