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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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대세’ 울린 이정은…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우승

2R 18홀 60타 국내 최소타 경신 / 박성현과 대결서 완승 최강 입증 / 시즌 4승… 상금 등 4관왕 가시권
어떤 경우에도 꺾이지 않는 기세가 ‘대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2년차 이정은(21·토니모리)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이정은은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는 ‘학구파 골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체대 3학년인 그는 대회를 앞두고도 틈만 나면 출석해 수업을 듣는다. 올 시즌부터는 자신이 초등학생 때부터 캐디 역할을 도맡아 온 장애인 탁구선수 아버지 이정호(52·전남연맹)를 배려하려고 새로운 캐디를 구해 ‘홀로서기’에 나섰다. 이처럼 이정은은 골프에만 집중할 수 없을 만큼 사적으로 신경 쓸 부분이 유독 많다.

이정은이 24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 산길·숲길코스에서 열린 OK 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KLPGA 제공
하지만 올 시즌 ‘대세녀’로 떠오른 이정은이 KLPGA 투어 ‘원조 대세’ 박성현(24·KEB하나은행)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실력을 과시하며 국내 최강자의 면모를 지켰다. 이정은은 24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 산길·숲길코스(파72·6628야드)에서 열린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총상금 7억원) 최종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 합계 18언더파 198타를 기록, 2위 배선우(23·삼천리)를 3타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올 시즌 최다인 4승을 올렸다. 이로써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받은 이정은은 시즌 상금을 9억9518만원으로 불렸다. 이정은은 상금왕을 포함해 대상포인트, 평균타수, 다승 등 4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 올 시즌 4관왕도 시간 문제라는 평가다.

애초 이 대회는 이정은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슈퍼루키’ 박성현의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박성현은 지난 시즌 국내에서 7승을 쓸어담고 역대 최다 상금(약 13억3300만원) 기록까지 세운 뒤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무주공산이던 KLPGA 투어 ‘여왕’의 자리를 이정은이 이어받았다.

그러나 두 선수의 맞대결은 현존 ‘대세’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이정은은 23일 대회 2라운드에서도 12언더파 60타를 때려내며 14년 묵은 KLPGA 투어 18홀 최소타 기록(61타)을 갈아치웠다. 반면 대회 내내 부진했던 세계랭킹 2위 박성현은 최종라운드서 특유의 몰아치기를 끝내 보여주지 못하고 2타만을 줄여 공동 34위(7언더파 208타)에 그쳤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