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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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시진핑 1인체제 어디까지… 집권 후반기 국정비전 관심

中 19차 공산당대회 18일 개막 / ‘習 사상’ 당장 수록 여부 최대 관심 / 차기 지도부 구성 어떻게 / ‘칼잡이’ 왕치산, 물러나나
중국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제19차 공산당대회가 오는 18일 개최된다. 중국은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를 통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고, 지난 5년의 성과 평가와 함께 다음 5년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중국 권력구조 변화가 드러나고, 주요 정책과 미래 비전을 가늠할 수 있다.

이번 당대회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인 권력체제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5년 전 당대회를 앞두고는 차기 지도자, 상무위원 등과 관련한 많은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놀랄 만큼 조용하다”며 “시 주석 1인 권력체제에 포인트가 맞춰지다 보니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차기 지도자 등장이나 지도부 구성 등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반면 ‘즈장신쥔’(之江新軍)으로 불리는 시 주석 측근 중용 및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심사위 서기의 유임 여부 등 시 주석의 권력 강화와 관련된 사안들이 관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시 주석이 이번 당대회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제18기 7중 전회서 19차 당대회 윤곽 드러나나

11일 열리는 제18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18기 7중 전회)가 의미 있는 행사로 주목받는다. 이를 통해 일주일 뒤 개최되는 제19차 당대회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서다. 다른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내부적으로는 이번 7중 전회는 내용상으로 3중 전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5년마다 당대회를 열고, 당대회 이후 5년 동안 1중 전회부터 7중 전회를 시기별로 개최한다. 이를 통해 차기 당 및 국무원 지도부 구성, 주요 국가, 경제정책 채택 등을 논의하고 국정운영 지침으로 삼는다. 통상 3중 전회에서 주요 국가 정책들이 논의되는데 이번 7중 전회는 3중 전회와 같이 국가정책 관련 사안들이 많이 논의될 것이라는 의미다. 당연히 이번 7중 전회에서 논의된 사안들은 19차 당대회 이후 시 주석 집권 후기 국가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 당대회 메시지는… 5년 전엔 중국몽(中國夢) 제시

시 주석은 18일 당대회 개막일에 당 업무보고를 하고, 향후 5년의 비전을 제시한다. 당대회 폐막 후 처음 열리는 19기 1중 전회에서 새로운 정치국원과 상무위원이 선출된다. 이때 시 주석은 새롭게 선출된 지도부와 함께 기자회견을 한다. 언론은 시 주석이 이를 통해 집권 후반기 5년의 국가운영 지침과 발전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 주석은 5년 전 2012년 11월 제18기 1중 전회에서 중국 굴기를 상징하는 중국몽(中國夢)을 제시했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시 주석이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굴기의 새로운 개념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중국굴기를 이끌 국가 비전을 선포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달 26일 베이징전람관(北京展覽館)에서 ‘갈고 닦아 전진한 5년’ 전시회를 관람하며 지난 5년의 성과를 평가하고 “제19차 공산당 대회를 맞아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11월 15일 제18차 공산당 대회가 끝난 뒤 시진핑 주석과 나머지 6명의 상무위원이 첫 기자회견을 위해 단상에 올라 포즈를 잡고 있다.
사진=바이두 캡처

◆차기 지도부 구성은… 상무위원 7명 그대로 유지될 듯

중국 최고 권력 지도부는 7명으로 구성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다. 현재 상무위는 총서기, 총리, 전인대 위원장, 정협 주석, 선전담당, 기율위 서기, 상무부총리로 구성돼 있다.

현재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유임이 확정적이다.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중화권 매체를 통해 거론되는 신임 상무위원 후보로는 왕양(汪洋) 부총리, 한정(韓正) 상하이시 당 서기,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당 서기, 리잔수(栗戰書) 당 중앙판공처 주임,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서기 등이 꼽힌다.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조직부장과 왕후닝(王?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등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하고 정치국 위원으로 유임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때 7명의 상무위원이 5명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중국 문제 전문가는 “시 주석이 7명의 집단지도 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강해 7명의 상무위원이 5명으로 축소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사라졌던 당 주석 제도가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 또한 가능성이 낮은 듯하다.

◆시진핑 사상 당장 삽입 여부 관심… 최종 결정은 18기 7중 전회에서

18기 7중 전회가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시진핑 사상이 시 주석 이름으로 중국공산당 당장(黨章)에 삽입될지가 결정되는 최종 회의라는 점에서다. 18기 7중 전회에서 시 주석 이름이 담긴 사상이 삽입될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했다. 시 주석 이름이 담긴 사상이 당장에 삽입된다면 그는 마오쩌둥, 덩샤오핑(鄧小平)과 같은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시 주석의 국정운영 지침인 ‘치국이정’(治國理政)이 당장에 수록될 것이 확실시된다. 시 주석은 지난달 29일 제43차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을 주재하고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 사상, 과학발전관과 함께 ‘당 중앙의 치국이정 신이념, 신사상, 신전략’도 학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시 주석이 ‘치국이정’을 당장에 명기된 다른 지도 사상과 동렬로 나열한 것을 고려할 때 치국이정이 당장에 삽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중국 문제 전문가는 “시 주석 이름의 명기 여부를 떠나 핵심 내용이 반영되는 것에는 논란이 없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오른쪽)과 왕치산 중앙기율위원회 서기.

◆왕치산 퇴임설 우세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거취에 가장 관심이 쏠리는 인사 중 한 명이 바로 왕치산 서기다. 시 주석 최측근으로 반부패 운동을 주도해 온 왕 서기의 진퇴가 시 주석 절대권력 확립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에서다. 고령에도 유임될 것이라는 소문이 많았던 왕 서기는 퇴임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홍콩 명보는 왕 서기가 한 지인에게 19차 당대회 이후 거취와 관련, “줄곧 일만 할 수는 없으며, 쉴 때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대회 후 은퇴를 암시하는 발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왕 서기의 유임 여부가 크게 부각된 것은 ‘7상8하(七上八下)’라는 인사원칙 불문율 때문이다.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 시점에 만 67세이면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수 있지만, 68세 이상은 은퇴한다는 원칙은 1980년대 덩샤오핑이 정한 후 지켜져 온 중국 정치의 불문율이다. 1948년생인 왕 서기는 올해 69세다. 원칙대로라면 은퇴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그동안 시 주석의 측근으로 활약하면서 끊임없이 유임설이 제기됐다. 

◆차기 지도자 나올까

또 다른 관심사는 시 주석 후계자 등장 여부다. 시 주석은 2007년 제17차 당 대회를 통해 중앙위원에서 상무위원으로 도약하며 5세대 최고지도자로 결정됐다. 후계자의 등장 여부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국가주석직은 임기가 정해져 있지만 당 총서기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후계자가 현재 예상되는 천민얼 서기 등 시 주석 측근이라면 5년 뒤 시 주석이 국가주석직을 내려놓더라도 정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당대회에서 천 서기와 후춘화 서기 중 후계자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들의 서열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정치국원 선발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언론에 노출되는데 이때 서열 순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는 7일간 열린 관례에 따라 10월 24일 폐막하고, 25일에는 19기 1중 전회를 개최해 25명으로 구성되는 정치국 위원을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 26일에는 이들 25명 중 7명으로 구성되는 정치국 상무위원을 선출한다. 이때 상무위원들이 언론에 등장하는데 서열 순으로 나온다. 1위는 시 주석, 2위는 총리, 3위는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될 것이며 4번째 나오는 인물이 차기 지도자가 될 공산이 크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