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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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기 이야기] <25> 공군 전투기 ④ F-5E/F

최전방 기지 배치… 비상출격 임무 투입 / 한국형 GPS 유도폭탄도 장착 / 일부, 후방서 조종사 훈련용 사용
공군이 수행하는 영공 방어임무 중 비상출격(scramble·스크램블)이라는 것이 있다. 적 전투기가 영공을 침범할 기미가 보이면 지상 기지에 대기하고 있던 전투기가 출동해 적 전투기의 움직임을 견제하거나 격퇴한다. 북한 전투기가 수분 안에 수도권 상공에 나타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 공군은 F-5E/F 전투기를 비상출격 임무에 투입, 북한의 공중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제공호(制空號)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F-5E/F의 조상은 1959년 첫 비행한 F-5A(1인승)/B(2인승)다. 제작사였던 미국 노스롭사는 저가 초음속 전투기 시장을 염두에 두고 N-156 항공기를 개발했다. 싸고 단순한 구조를 지닌 N-156에 주목한 미국 정부는 동맹국에 제공하기 위한 용도로 F-5A/B 자유의 투사(Freedom Fighter)라는 이름을 붙이고 800여대를 동맹국에 공급했다. 또한 F-5A을 기반으로 T-38을 제작해 미군 조종사 훈련용으로 쓰고 있다.

F-5A는 선진국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전투기였다. 장착 가능한 무기가 기관포, 폭탄, 단거리 공대공(空對空)미사일에 불과했다. 전자장비도 제대로 장착되지 않아 정밀폭격 등의 임무는 수행할 수 없었다. 장점도 있다. 정비 소요가 적어 가동률이 매우 높았고 출격에 필요한 시간도 5분에 불과할 정도로 짧았다. 그 덕분에 항공기 운영기술이 부족한 중소국가에서 구소련의 MIG-21 전투기를 상대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 1974년에는 전자장비를 추가하고 기동성과 공중전 능력을 높인 F-5E(1인승)/F(2인승)가 개발돼 1300여대가 동맹국에 제공됐다.

우리나라는 1965~71년 F-5A/B 120여대를 미국에서 도입했다. 6·25 전쟁에서 쓰던 F-86 전투기에 의존하던 공군에 F-5A/B는 북한의 공중위협 대응과 대(對)간첩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1974년에는 남베트남 공군이 쓰던 F-5E 10여대를 시작으로 1980년까지 F-5E/F 140여대를 미국에서 도입했다. 1980~86년에는 레이더 성능을 높여 공중전 능력이 향상된 KF-5E/F 60여대를 대한항공에서 생산해 실전 배치했다. 알파벳 K는 우리나라에서 면허 생산한 항공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당시 언론에서는 ‘최초의 국산 전투기, 제공호’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우리 공군의 F-5A/B는 2005년 모두 퇴역했으며, F-5E/F도 일부 기체가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F-5E/F와 KF-5E/F 140여대는 최전방기지에 배치돼 북한 공군의 도발에 대응하는 비상출격임무에 투입되고 있다. 일부는 후방에서 조종사 훈련용으로 쓰이고 있다. F-5E/F와 KF-5E/F는 유사시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이용해 최대 70㎞ 떨어진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한국형 GPS유도폭탄(KGGB·Korea GPS Guided Bomb) 2발을 장착한다.

공군은 한국형전투기(KF-X)의 개발이 완료되어 실전배치되는 2030년 F-5E/F와 KF-5E/F를 모두 퇴역시킬 예정이다. 앞으로 10여년 동안은 일선에서 활약하는 F-5E/F와 KF-5E/F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