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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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고리 공사 재개… 에너지 백년대계 다시 수립하라

시민참여단 원전 필요성 공감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우리 실정 맞는 해법 모색 절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공사를 재개하는 쪽으로 결론났다. 탈원전을 표방한 문재인정부가 공론화를 위해 공사를 잠정 중단한 지 100일 만이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어제 “시민참여단 471명의 최종 조사결과 건설 재개 쪽이 59.5%로 중단 40.5%보다 19%포인트 더 높았다”며 “건설을 재개하도록 하는 정책결정을 정부에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공론조사 취지나 절차에 적잖은 문제가 있었으나 결론만큼은 환영할 만하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탈원전 홍보를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시민참여단 공론조사 결과는 일반 여론조사와 차이가 컸다. 한국갤럽 등 조사에서 공사 중단에 대한 찬반 여론은 오차 범위 이내에서 팽팽히 맞섰다. 이번 공론조사에선 공사 재개가 중단 의견에 비해 6대 4로 크게 앞질렀다. 주목할 점은 조사를 거듭할수록 공사 재개 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1차 때 재개 36.6%, 중단 27.6%이던 것이 마지막 4차에선 재개 57.2%, 중단 39.4%로 더 벌어졌다. 판단을 유보했던 참여자들도 재개 쪽에 점차 가담했다. 처음 원전에 부정적이던 참여자들이 토론과 숙의과정을 통해 우리의 에너지 실상을 접하면서 공사 재개 쪽으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20, 30대 참여자의 재개 의견 증가 폭이 두드러진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 사회가 환경론자들이 퍼뜨린 막연한 ‘원전 포비아’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어제 공론화위의 결과는 탈원전 정책의 방향 선회가 불가피함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정부는 탈원전 정책과 공론조사가 별개라는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 이번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여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확대하고 2080년까지 ‘원전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론화위의 조사 결과를 견강부회해선 안 된다. 공론조사에서 원전 축소 의견이 53.2%로 유지(35.5%)나 확대(9.7%) 의견보다 많이 나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축소는 우리 처지에 맞게 점차 줄여나간다는 것이지 원전을 포기한다는 ‘탈원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제 탈원전 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고할 시점이 됐다. 몇몇 환경단체의 입김이 작용한 탈원전 대선공약을 폐기하고 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때 원전 중단이나 축소를 선언한 세계 각국은 속속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 일본, 미국 등이 원전 확대로 돌아섰고 호주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을 재검토하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롤 모델로 삼는 독일처럼 전력을 수입할 수도 없는 ‘에너지 섬’이다. 국토가 좁고 인구가 조밀하기 때문에 태양광이나 풍력, 조력 등 친환경 에너지 시설을 세울 입지도 마땅치 않다는 현실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원전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에겐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에 대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에너지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원전 안전을 이유로 무조건 탈원전을 고집하는 것은 국익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원전을 포함한 전력 수급을 고려해 에너지 수급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멀리 통일까지 내다보면서 에너지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