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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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손에 잡힌 가을… 어느덧 시월의 끝자락

가을이 손에 잡혔다. 원 없이 쏟아냈던 한여름 땀 냄새가 흐려질 즈음이다. 출근길 콧등을 스치는 알싸한 바람에서 기시감을 느끼고 말았다. 어제의 여름이 오늘의 가을로 변한 그때 익숙한 낯섦이 다가왔다. 계절의 모호한 경계는 지극히 개별적이다. A는 떨어진 밥맛에서, B는 문득 생각나는 사람에게서, C는 트기 시작한 손끝에서 절기를 읽는다. 일상이 빚어내는 그 풍경에 억지스러움은 없다. 있는 그대로 땅을 밟아 걸어보자. 고개 들어 높아진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아도 좋다. 단풍 찾아 줄지어 산에 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거리 곳곳에서는 은은한 징후가 비집고 나와 기다리고 있다. 오늘 정오 광화문 광장 인부의 노란 목장갑 아래서 구름이 피어올랐다. 가을은 원래 그렇게 온다.

하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