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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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팁&톡] 삶과 죽음의 경이로운 조우

10월 말에서 11월 초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지를 기리는 축제가 열리면 죽은 자들이 잠시 이승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이들 곁에 머물다 간다고…
멕시코에는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문화가 있다. 바로 멕시코의 대표적인 명절 ‘죽은 자들의 날’을 통해서다.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지를 기리며 그들의 명복을 빈다. 먼저 떠난 이들을 기리는 이 명절은 수세기 동안 지속된 멕시코의 전통으로, 죽은 자들이 이승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머문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죽은 자들의 날 전후인 10월 말부터 11월까지는 명절을 테마로 많은 축제가 열린다. 해골은 죽은 자들의 날의 트레이드마크로,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얼굴에 해골 그림을 그리거나 해골 코스튬을 즐겨 입는다. 그 외에 프리다 칼로, 카트리나의 의상도 인기다. 명절 음식으로는 ‘죽은 자의 빵(pan de muerto)’과 초콜릿 음료가 대표적이며, 설탕으로 만든 색색의 해골 과자를 만들기도 한다.


◆해골 축제… 라칼라카 페스티벌

멕시코 중부의 아름다운 콜로니얼 도시 산미겔 데아옌데에서는 11월 5일까지 죽은 자들의 날을 테마로 한 라칼라카(해골·La Calaca) 축제가 열린다. 축제의 주축은 도시의 예술가 커뮤니티로, 죽은 자들의 날의 의미가 퇴색돼 가는 것을 안타까워한 예술가들이 선조의 전통과 의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축제 문화를 만들었다.
산 미겔 데 아옌데의 해골 축제
대표적인 이벤트는 해골 부인 카트리나 행진이다. 카트리나는 멕시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과달루페 포사다 작품의 메인 캐릭터로 귀부인 복장을 한 해골 모습이 인상적이며 죽은 자들의 날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주민과 관광객 구분 없이 누구나 행진에 참여할 수 있는 덕분에 수백명이 행진에 참여한다. 분장에 서툴더라도 30여명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도움을 받아 멋진 해골 분장을 완성할 수 있다.

또 다른 볼거리는 죽음의 피라미드다. 토마스 부르케이를 필두로 여러 예술가가 힘을 합쳐 5층짜리 피라미드를 제작하는데,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작은 벽에는 죽은 자들을 기리기 위한 그림을 새긴다. 그 외에도 밤새도록 열리는 DJ파티, 죽음에 대한 강연, 연극, 워크숍, 공공 제단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레온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열기구 축제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세계 각국에서 온 형형색색의 열기구가 멕시코 하늘을 수놓는다. 멕시코 과나후아토의 레온시에서 열리는 제16회 국제 열기구 축제에는 23개국의 200여개 열기구와 30개 모형이 비행할 예정이다. 레온 열기구 축제는 세계 3대 열기구 축제 중 하나다. 열기구 비행에 적합한 기후 조건과 넓은 부지 덕분에 레온은 세계 최고의 열기구 비행지로 자리잡았으며 최고의 파일럿들이 매년 레온을 찾고 있다. 작년까지 총 350만명이, 작년에는 55만명이 축제를 찾았다. 열기구 비행 이외에도 세계적인 DJ 스티브 아오키와 멕시코 록밴드 카페 타쿠바의 공연, 세계에서 가장 긴 추로스 만들기 행사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돼 있다. 입장권은 110페소(약 6500원)로 공연 관람권이 포함되어 있으며, 캠핑장 이용시에는 360페소다.
세계 3대 열기구 축제
축제가 열리는 레온에는 국제공항이 있어 많은 항공편을 통해 편리하게 연결된다. 메트로폴리탄 대성당과 교구교회를 비롯한 네오 고딕 양식의 건축물들이 인상적이며 도시의 중심인 광장 주변과 역사지구는 보행자 우선으로 설계되어 도보로 여행하기에 좋다.

◆고대 마야인들의 초콜릿 축제

카카오의 본고장 멕시코에서 달콤한 초콜릿 축제에 빠져보자.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본 축제는 11월 22일부터 26일까지 타바스코주의 비야에르모사에서 열린다. 타바스코주는 주요 카카오 생산지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오랜 초콜릿 역사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카카오 나무를 재배하고 열매를 활용한 올멕족이 이 지역에 살았으며, 마야인들은 최초로 카카오 콩을 재료로 초콜릿 음료를 만들었는데 이를 ‘쇼콜라틀(Xocolatl)’이라 불렀다.
고대 마야인들의 카카오 재배지 타바스코에서 열리는 초콜릿 축제

5일 동안 열리는 초콜릿 축제의 메인 이벤트는 초콜릿 전시다. 장인이 만든 수제 초콜릿부터 대형 브랜드의 초콜릿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몰레, 엔칠라다, 포솔, 초로테 등 초콜릿 베이스의 멕시코 전통 음식과 음료도 맛볼 수 있다. 이외에 초콜릿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와 워크숍, 음악 공연과 투어 등이 열린다.
고대 마야인들의 카카오 재배지 타바스코에서 열리는 초콜릿 축제

초콜릿 축제에 간다면 인근의 코말칼코시에도 들르는 것을 추천한다.

대규모 카카오 농장이 여럿 자리한 도시로 초콜릿을 테마로 한 투어를 즐길 수 있는데, 투어에서는 카카오 나무의 열매가 초콜릿이 되기까지의 각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마야 문명 유적지와 아시엔다를 여행하기에도 좋다.

◆해변에서 즐기는 로스카보스 영화제

멕시코의 세계적인 휴양지 로스카보스에 영화광을 위한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로스카보스 영화제는 라틴아메리카의 주요 영화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11월 8일부터 12일까지 시네멕스에서 열리며 미국, 캐나다, 멕시코와 전세계의 많은 영화인이 로스카보스를 찾는다. 로스카보스 영화제는 ‘칸으로 가는 로스카보스’ 프로그램을 통해 2년 연속 멕시코 감독의 영화 4편을 칸 영화제에 보내는 등 멕시코 내 영화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로스카보스 영화제가 자리를 잡는 데는 지역의 문화적 토양이 큰 몫을 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국제적인 관광지 특유의 다양한 개성을 뽐내는 로스카보스의 예술가들은 수준 높은 예술과 문화 행사를 많이 만들었는데, 로스카보스 영화제는 그중 하나였다.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모여 둥지를 튼 갤러리 디스트릭트에서 로스카보스의 문화 예술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해변 휴양지에서 즐기는 영화 축제 로스 카보스 영화제

영화제가 열리는 로스카보스는 바다와 사막의 극적인 대비가 아름다운 지역이다.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의 끝에 위치한 덕에 ‘땅끝’이라고도 불린다. 로스카보스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생태계, 럭셔리 리조트와 다양한 즐길 거리는 누구라도 이 지역과 사랑에 빠지게 한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