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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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할인·선물 공세로는 더이상 독자 시선 못끌어”

서울국제도서전 기획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큐레이션은 독자의 신뢰 있어야 가능… 전문성 확보하고 성향·흐름 연구해야”
“이제는 서점이 독자를 유인하기 위해 책을 할인하거나, 선물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큐레이션은 궁극적으로 책을 필요로 하는 독자에게 적합한 책을 연결해주는 장치가 될 것입니다.”

지난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큐레이션 서점의 경쟁력을 보여준 시험무대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곳의 서점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내세운 큐레이션을 선보였다. 당시 도서전을 기획했던 김홍민(사진) 북스피어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제는 서점이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할 때”라며 “큐레이션은 서점이 독자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국내에 출간되고 있는 책의 양은 출판 관련 종사자가 느끼기에도 많다”며 “그러다 보니 독자 스스로가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서점들은 주로 베스트셀러를 통한 추천 방식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제는 독자들이 이런 마케팅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서점이 직접 책을 추천하는 큐레이션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서점가의 큐레이션은 동네서점이 주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동네서점은 큐레이션을 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면서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독자의 입맛에 맞는 책을 추천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했다. 이어 “동네서점은 대형서점처럼 모든 종류의 책을 매장에 비치하기 어렵다”며 “큐레이션을 통해 동네서점과 대형서점의 차별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도서전에서도 대형서점보다 동네서점의 큐레이션이 더 활발하고 다양하게 이뤄졌다”면서 “끊임없이 이뤄지는 다양한 시도가 향후 동네서점의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큐레이션의 요건으로 전문성을 꼽았다. 그는 “큐레이션은 기본적으로 독자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큐레이터가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큐레이터는 독자의 성향과 흐름을 파악하고, 연구해야 한다”면서 “최근 국내에 들어선 큐레이션 서점들은 서로 연대해 큐레이션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큐레이션은 궁극적으로 독자가 서점 안에서 책을 즐기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서점들의 연구와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했다.

권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