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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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기 이야기] <26> 공군 지원기 ① T-50 훈련기

최고속도 마하 1.5… 공격기로 개조 가능 / 조종사 양성·훈련… 지상군 지원도 / 동남아 등 수출… 美사업 후보 거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생산한 T-50 훈련기는 언급될 때마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초음속 항공기’ ‘세계 최고 수준의 국산 훈련기’ 등 화려한 수식어를 동반한다.

대부분 ‘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수식어들은 T-50의 가치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논란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T-50은 국내에서 개발된 항공기이지만 우리 힘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KAI와 미국 록히드마틴이 1997~2006년 2조원의 비용을 들여 개발한 항공기다. 일각에서는 국산 항공기라 부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외국의 기술지원을 100% 소화해 응용하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갖춰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T-50은 국내 항공우주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T-50은 훈련기로서는 드물게 최고속도가 마하 1.5에 달하는 초음속 성능을 확보하고 있어 공격기로 개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최신 디지털 비행 시스템을 장착해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와 F-35 조종사 양성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공군은 T-50을 개량한 항공기들을 실전배치해 조종사 양성 및 훈련과 지상군 지원 임무를 맡기고 있다. T-50을 통해 조종기술을 익힌 공군조종사가 전술교육을 받기 위해 탑승하는 TA-50은 항공작전 수행과정에서 조종사가 숙달해야 할 전술을 습득하는 데 쓰인다. 최대 60㎞ 떨어진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와 30㎜기관포,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 재래식 폭탄 등을 장착해 제한적인 공대공·공대지 능력을 갖추고 있다.
FA-50은 TA-50을 발전시킨 경공격기다. 공군이 기존에 운영하던 A-37B 공격기가 퇴역함에 따라 A-37B의 임무를 이어받기 위해 개발된 FA-50은 레이더 탐지거리가 100㎞로 늘어나 먼 거리에 있는 적 항공기를 TA-50보다 먼저 포착할 수 있다. 오차범위가 10m에 불과할 정도로 정확도가 높아 적 지상표적을 정확히 타격하는 데 쓰이는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투하할 수 있어 지상공격력도 뛰어나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링크 시스템을 장착해 F-15K를 비롯한 다른 전투기와 유기적인 합동작전이 가능하다. 항공기 보호장치와 야간투시장치 등을 장착해 야간에도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장거리 공대지 능력이 부족해 신형 공대지미사일 탑재를 비롯한 성능개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T-50은 국내 항공우주기술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Black Eagles)는 T-50을 곡예비행용으로 개조한 T-50B를 운용한다. T-50B는 국내는 물론 영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열린 에어쇼에 블랙이글스와 함께 참가,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T-50은 영공 수호와 국내 방위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군은 T-50·TA-50·T-50B·FA-50 130여대를 광주, 원주, 예천 등 주요 기지에 실전배치해 운용 중이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국, 이라크에 64대가 수출됐으며 내년 초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될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에서 유력한 후보기종으로 거론된다. KAI는 T-50 개발과정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2030년대 실전배치될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