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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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감시·구조·정찰까지 ‘척척’상상 속 미래, 현실로 뜨다

항공법상 정확한 표현은 ‘무인비행장치’/크게 산업·취미·완구용 등으로 구분해 /자체중량 12㎏ 초과 땐 항공청 신고 의무/조종자 증명도 취득해야… 위반 땐 벌금
통영에서 진주양식장을 운영하는 A씨는 매일 밤잠을 설치며 양식장 경계를 섰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시간, 양식장에 몰래 들어와 진주를 훔쳐가는 도둑들 때문이다. 폐쇄회로(CC)TV도 설치해 봤지만 드넓은 양식장을 지키기에 역부족이었다. ‘억’소리 날 만큼 큰 피해를 본 A씨는 고민 끝에 드론을 떠올렸다. A씨는 서울로 달려와 무한근무에 활용될 드론(200만원)과 열화상카메라(1000만원)를 구입했다. 양식장에 도착한 A씨는 드론을 띄웠다. 드론은 하늘에서 양식장을 내려다보며 A씨가 입력한 좌표를 쉼 없이 반복 이동했다. A씨의 드론은 체온을 가진 무언가가 양식장에 등장하면 이를 곧바로 A씨의 스마트폰에 알린다. A씨는 양식장 경계를 위해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완벽하게 재산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또 직접 순찰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덜었다.


드론의 등장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드론이 재산을 보호해 주고 인간이 하기 힘든 일을 처리해 주면서 드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드론은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린 헬리콥터라는 뜻의 ‘멀티콥터’, 또는 승무원이 없는 비행물체라는 의미인 ‘UAV’(Unmanned Aerial Vehicle ) 등으로 불렸다. 우리나라 항공법에 따른 정확한 표현은 ‘무인비행장치’다.

업계는 드론을 크게 산업형과 취미용, 완구용 등으로 분류한다. 산업형은 사용 전 정부에 등록해야 하는 대형 드론이다. 취미용은 카메라가 달려 촬영이 가능한 비행물체, 완구용은 소형의 장난감 제품이다.

자체 중량이 12㎏을 초과하는 드론을 구입했을 경우 지방항공청에 신고하고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안정성을 인정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허가를 받았다고 무조건 드론을 날려선 안 된다. 조종자가 시야에서 확인할 수 있는 범위(고도 150m)에서 드론을 운영해야 한다. 그 외의 경우라면 지방항공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드론으로 비료나 농약살포 등 농업지원이나 촬영, 측량, 탐사, 관측 등의 사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역시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12㎏ 초과 드론이나 사업용 기체 등을 운영할 땐 반드시 조종자 증명을 취득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길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드론에 실린 물건을 투하해선 안 된다. 또 육안으로 드론이 보이지 않는 조건에서의 비행과 신고 없이 야간에 띄우는 행위 등도 금지된다.

드론은 우리 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드론을 통한 우편물 배달에 성공했다. 육지에서 남해의 작은 섬 득량도에 우편물을 전송하면서다. 그동안 득량도를 담당한 집배원은 매일 바다와 섬을 오가며 우편물을 전달해야 했다. 하지만 드론으로 이 집배원의 노동강도와 근무시간이 줄었다.

군사적 목적으로 드론이 쓰이기도 한다. 육군은 내년부터 드론봇(드론+로봇) 전투단을 창설한다. 드론봇은 북한의 전쟁 지도부와 핵·WMD(대량살상무기) 등 핵심표적을 정찰형 드론으로 감시하면서 긴급상황 시 이를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부대로 육성된다.

드론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분야를 공부하는 학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4년제인 한서대와 영산대, 초당대 등에서 드론학과를 운영 중이다. 전문대인 서해대와 대경대, 세경대, 대구미래대 등에서도 드론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

드론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드론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퍼지고 있다. 한 연예인이 “드론으로 논에 비료를 주는 데 7분이 걸리고, 보수로는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드론 자격증으로 노후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드론 자격증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인식이 생겼지만 업계는 과도하게 책정된 액수라는 입장이다.

농업용 드론 전문 업체인 골드론 김정우 전무는 “비료 등 작업을 하려면 개인이 갖기 부담스러운 가격대의 드론이 필요하다”며 “설령 개인이 장비와 자격증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고수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드론 관련 규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하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정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드론의 비행속도를 제한하지 않는 등 관련 규제는 선진국들과 비해서 심하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드론이 범죄에 악용될 여지가 충분한 만큼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4년 3월, 북한의 무인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와 청와대 및 경복궁 일대를 촬영하기도 했다. 핀란드에서는 러시아산 담배를 밀수입하는 수단으로 드론이 활용됐고 미국에서는 교도소 수감자가 드론을 통해 휴대전화와 마약 등을 반입한 사건도 벌어졌다. 세계적으로도 드론이 테러에 이용될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깊다. 연예인 송중기씨와 송혜교씨의 결혼식에 허가되지 않은 드론이 나타나 두 사람의 행사 촬영을 시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석지현 DJI 매니저는 “드론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하나의 도구”라며 “드론 사용 에티켓을 지키고 적당한 규제가 적용돼 건전한 드론 문화가 형성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