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기자가만난세상] 상대적 박탈감 해법 없나

상대적 박탈감은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다 문득 든 생각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동계스포츠 스타들의 SNS를 둘러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 겨울스포츠 특성상 이들은 여름에는 산악자전거, 웨이크보드 등으로 훈련을 대신하며 레저를 즐긴다. 푸른 녹음이 깔린 배경, 머리 위로 자전거를 든 채 환하게 웃는 스타들의 사진.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마감 시간에 허덕이는 내 모습과 대비된다.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다시 힘낼 수 있게 극약처방이 필요하다.

보통 이럴 땐 욕을 하면 된다. “흥, 일 년에 반을 노네” 등 거슬리는 족족 불평하며 마음속 응어리를 털어낸다. 트집은 점점 심해져 이솝우화의 ‘신포도’처럼 SNS에서는 볼 수 없는 그들의 삶까지 가늠하게 됐다. 고가의 스포츠 장비 사진들을 보고 “동계올림픽이 괜히 ‘부자들의 잔치’가 아니네”라며 혀를 끌끌 찬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했나.

이동수 체육부 기자
대중이 상대적 박탈감에 스타를 매도하는 상황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 9월 종영한 JTBC ‘효리네 민박’이 대표적이다. 금실 좋은 부부가 제주도 넓은 집에서 매일 아침을 요가로 시작하는 ‘힐링 라이프’는 JTBC 예능 역대 최고 시청률(9.9%, 닐슨코리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는 모든 걸 다 가진 듯한 이효리에 박탈감을 느꼈고, 그를 비난했다. 이에 이효리는 한 예능에 출연해 사람들이 화내는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저는 돈이 엄청 많잖아요. 돈을 안 벌어도 편하면 잘 살 수 있어요. 맞벌이 부부가 종일 회사에서 시달리면 서로에게 말이 예쁘게 나가겠냐고요”. 자신의 생활 수준이 타인의 처지를 비추는 거울이 됐고, 그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점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이효리의 솔직함에 호평이 쏟아졌고, 비난 여론은 자취를 감췄다.

타인에 대한 비방은 박탈감을 떨쳐내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다. 그러나 다짜고짜 욕부터 하기 전에 자신이 느끼는 박탈감이 어떤 종류인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스타의 화려한 삶을 겨냥한 비난은 사실상 시기심에 가깝다. 내 것을 뺏겼다는 박탈감보다는 네 것을 갖고 싶은 욕구가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는 격이다. 지금의 삶을 일구기 위해 그들이 해온 정당한 노력을 무시할 이유는 없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 외에는 마땅히 해소할 방법이 없다.

반면 보이는 족족 꼬투리를 잡아야 하는 박탈감도 있다. 공정한 기회를 빼앗는 취업 청탁, 사회적 지위에 따라 널뛰는 양형기준 등의 보도를 접할 때 비롯된 감정이 그렇다. 스타의 삶을 정답이라고 강요하는 예능 프로그램 특유의 문법도 마찬가지다. 이는 TV 속 세상과 동떨어진 대다수의 삶을 부정하는 처사다. 이런 허탈함이 만연한 사회는 결코 건강해질 수 없다. 마음 수련을 넘어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만 한다.

TV를 보지 않아도 상대적 박탈감은 피할 수 없다. 내가 비교하지 않아도 남이 나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 유독 한국에서 활황을 띠는 비트코인 광풍은 박탈감의 온상이 돼 당분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대적 박탈감을 현명하게 해소할 지혜가 필요하다.

이동수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