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장현기(사진)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본부장은 “은행과 편의점의 궁합이 잘 맞다고 본다”며 편의점 금융서비스 확대에 대해 설명했다. 편의점 ATM(자동입출금기) 수수료 인하를 예로 들면서 “편의점은 고객을 유인하는 수단이 될 수 있고, 은행은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대신 편의점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 상품을 소개할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이는 영업점 축소에 따른 변화이기도 하다. 장 본부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으로 영업점 없이도 은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핀테크 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에 지원한 한 샐러드 배달업체 이야기를 꺼냈다. 이 업체는 샐러드를 신선하게 보관하고 찾아가는 거점으로 은행 지점을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장 본부장은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여겼는데, 조금 지나보니 ‘안 될 이유가 없다, 은행도 단순히 돈만 찾는 곳이 아니라 생활의 중심 공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기술 발전으로 물리적 제약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변화를 견인하는 요인이다. 장 본부장은 “요즘은 ‘기술이 사업을 리딩(Leading)한다고 한다’고 한다”며 “과거에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기술을 구현하는 순서였다면 지금은 AI(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기술이 먼저 나온 뒤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모델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은행이지만 고민도 적지 않다. 장 본부장은 “너무 빨리 변하면 젊은 세대는 그나마 따라오지만 노령층은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존 은행이 갖고 있는 지점을 고민하지 않고 디지털화만 추구할 수 없다”며 “지점과 디지털기술의 조화를 이루면서 양쪽의 강점을 다 가져가려 하는 게 은행”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종 서비스 간 결합, 기술의 결합 노력은 미래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고 본다”며 “10년 뒤 은행은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어떤 기술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사진= 남정탁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