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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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되살아난 성완종 리스트… 친박 '데스노트' 되나?

홍문종,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수사 때 불기소 / 정권교체 이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불거져 / 김기춘·이병기도 구속되는 등 시련 '현재진행형'
정권이 바뀌자마자 지난 정권 실세였던 ‘친박(친박근혜)’ 정치인들이 검찰의 칼날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 시절 수사가 ‘꼬리 자르기’로 끝났다는 지적을 받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후폭풍이 뒤늦게 친박 정치인들을 강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15일 경기 의정부 경민학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민학원은 의정부가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곳이다. 검찰은 홍 의원이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출마를 원하는 이들로부터 수억원대 공천헌금을 받았는데 이 돈을 경민학원 기부금 명목으로 받은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검찰은 조만간 경민학원 임직원들과 홍 의원 보좌진을 불러 조사한 뒤 홍 의원에게도 소환을 통보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한국당 최경환 의원과 이우현 의원의 비리 혐의를 잡고 나란히 구속한 바 있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인 2014년 국정원으로부터 “국정원 예산을 늘려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 이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건설업체로부터 “관급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여원을 받는 등 불법자금 10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최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친박 핵심으로 지난 정권 내내 최고 실세로 군림했다. 경기 용인에서 재선을 기록한 이 의원 역시 수도권의 대표적 친박 정치인으로 불렸다. 역시 손꼽히는 친박 정치인인 한국당 김재원 의원도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 연루돼 기소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지.
눈길을 끄는 건 2015년 정국을 강타한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정치인들의 ‘엇갈린 운명’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원개발 비리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던 2015년 4월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쪽지 한 장을 남겼다. 여기엔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원, 홍문종 2억원, 부산시장(서병수) 2억원, 유정복 3억원, 홍준표 1억원, 이완구, 이병기’라고 적혀 있었다. 

검찰은 문무일 당시 대전지검장(현 검찰총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한 끝에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현 한국당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만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 정치인들은 공소시효 만료 또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면죄부를 받은 정치인 6명 모두 친박 핵심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어서 정치권과 법조계엔 한동안 ‘친박무죄, 비박유죄’라는 뼈있는 농담이 나돌기도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 이완구 전 총리
정작 기소된 홍 대표와 이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며 누명을 벗었다. 반면 리스트에 오른 친박 정치인 상당수는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다. 우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에 연루돼 지난해 1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됐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재임 시절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상납한 혐의가 불거져 역시 지난해 11월 검찰에 구속됐다. 홍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 전 국정원장
일각에서 “처음 수사할 때에는 흐지부지됐던 성완종 리스트가 문재인정부 출범을 전후해 되살아나 옛 친박 정치인들을 상대로 ‘데스노트(살생부)’ 노릇을 하는 셈”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마침 문무일 현 검찰총장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 직후 “친박 정치인들에 대한 봐주기 수사로 면죄부만 줬다”는 비난을 들은 아픈 기억이 있다. 검찰 칼끝이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까지 겨냥하고 나설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