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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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러시아 관련 콘텐츠 무궁무진… 아직도 풀 게 많다”

러 전문 팟캐스트 ‘보드카먹은불곰’ 이의찬 대표
“콘텐츠 고갈이요? 아직도 할 게 많아요.”

러시아 전문 팟캐스트 보드카먹은불곰을 3년째 진행 중인 이의찬(28) 대표는 지난 24일 ‘이젠 더는 다룰 얘기가 없지 않으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이 대표는 “스포츠 쪽만 하더라도 안현수 선수는 왜 많은 나라 중 러시아로 갔는지, 김연아·손연재 선수는 왜 러시아에서 훈련받고 왔는지 등 아직 소개하지 못한 콘텐츠가 많다”며 “3월엔 다가오는 러시아 대선도 다뤄야 하는데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에 부푼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팟캐스트를 하면 할수록 콘텐츠가 굉장히 많다는 생각이 든다”며 “콘텐츠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했다.

러시아 전문 팟캐스트 보드카먹은불곰 이의찬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 한 스튜디오에서 3년째 진행해온 팟캐스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 대표는 한·소가 국교를 수립한 1990년에 태어난 수교(修交)둥이다. 이 대표가 러시아라는 이색 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이 팟캐스트를 시작한 것은 2015년. 이후 꾸준히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보드카먹은불곰은 최근 118회 녹음분을 올렸다.

지금까지 게스트로 초대된 사람은 약 100명이다. 교사, 교수, 러시아에서 창업한 청년, 러시아 출신 방송인 일리야, 성악가, 은행 지점장, 대학생, 원어민 강사, 카자흐스탄 대통령 통역사, 외교관, 러시아전문 사법통역사, 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 오케스트라 지휘자, 의료 코디네이터, 시베리아를 자전거로 횡단한 사람 등이다. 꼭 비범하거나 화려한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러시아를 아는 숨은 고수를 찾아내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지난달 다운로드 수는 4만5000여회로 누적 다운로드 40만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스푸트니크, 러시아포커스 등 각종 러시아 전문 매체들이 운영을 중단해 러시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쉬워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드카먹은불곰은 활약 중이다. “예상외로 시작부터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 학계가 한·러관계나 러시아에 대한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나 2030세대(20, 30대) 청년들에 맞춘 콘텐츠와 접근방식은 그동안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대표는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쌓은 러시아에 대한 지식과 인연으로 KBS월드 라디오 프로그램 두 개를 진행하고 있다. 또 강연 플랫폼인 온오프믹스에서 1인 미디어 운영 노하우도 강연하고 있다. 팟캐스트 청취자들과 하던 정기모임을 청년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지난해 말 제1회 한·러청년포럼을 열었다. 이 포럼에는 방한 중이던 알렉산드르 크루티코프 러시아 극동개발부 차관이 와서 축사를 하고 참가자들과 인증샷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었다. 문화프로젝트의 기획자이자 민간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수교둥이인 이 대표는 1993년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모스크바로 간 뒤 러시아에서 성장했다. 현지 대학에서 역사(세계사)를 전공하고 입대를 위해 귀국 후에는 한국 생활을 하고 있다.

좌충우돌의 시기도 있었다. 엉뚱하게도 팟캐스트의 성공도 한 실패에서 비롯됐다. 이 대표는 “처음엔 제대 후 통역 에이전시를 차렸어요. 레드오션에 들어가서 중간 정도 가격대로 타깃팅을 했는데 싸게 통역을 해주는 대행업체들과 가격대가 높은 정통 통역센터들 사이에 끼어서 욕만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광고를 내려다 돈이 없어서 셀프홍보라도 해야겠다 해서 시작한 게 실은 이 팟캐스트였다”고 했다.

이 대표의 다음 프로젝트는 한국인 첫 우주비행사 이소연씨와의 만남이다. “곧 제가 통역했던 이소연 우주인이 한국에 옵니다. 소연 누나와 그간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서 프로젝트를 고민 중이에요.”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