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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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연기는 초보지만 마음속 열정은 프로 돼야”

적당주의 버리고 원본·원칙에 충실 / 숨은 끼 펼치면 새 인생 시작될 것
김도훈 연출가
“직장인이건 일반 생활인이건 대사만이라도 제대로 해달라고 주문했어요. 원본과 원칙을 충실히 따르라고…. 일상에 쫓기고 바쁜데도 꼬박꼬박 연습하러 나와준 게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생활연극이라 해서 적당히 하려 들면 안 됩니다. 3개월 연습했다고 까불지 마라, 공연 마치는 순간까지 절대 까불지 말라고 여러 번 당부했습니다.”

연기 초보 일반인들을 조련해 정식 연극 무대에 세우는 일흔일곱 노장 김도훈(사진) 연출가의 말에서는 투혼이 느껴진다. 그는 지난 3개월 동안 한국생활연극협회 일반인 회원들의 연기를 지도했다. 27, 28일 이틀간 서울 대학로 소극장 공간아울에서 상연하는 고전해학극 ‘맹진사댁 경사’ 공연을 잘 치러내기 위해서였다. 

연극을 통해 무대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는 곧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활연극협회 회원들이 27, 28일 공연을 앞두고 ‘맹진사댁 경사’ 마무리 연습을 하고 있다.
남제현·이재문 기자
“요즘 본질을 잃어버린 연기들을 하는데, 몹시 아쉽습니다. 기본적이고 원형질적인, 작가의 의도를 살려내 마치 ‘복원’하듯 무대 위에 펼쳐야 합니다. 스스로 홀리면서 느끼고… 그림을 만들어야 해요.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풍속도’를 반드시 보여줘야 합니다. 탕건이 뭔지 정자관이 뭔지, 갓을 왜 쓰는지… 이런 것들이 볼거리거든요. 젊은이들 취향에 맞춰 로맨틱 코미디만 넘쳐나는 대학로에서 우리 고전극일수록 디테일한 부분까지 살려내 보여줘야 합니다.”

노장은 초보 연기자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고 챙겼다. “지금은 배우라는 소리를 듣기가 쑥스럽겠지만 머지않아 프로배우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게 될 겁니다. 아직 완성된 배우가 아니므로 자신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열정을 굳건히 믿으세요. 그리고 한번 무대에 서보세요. 새 인생의 ‘시작’이란 느낌이 확 들 겁니다.”

김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