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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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기동물 입양하는데 돈을 내야하나요?

유기동물 입양비 '정해진 기준' 없어 / 입양비 '중성화 수술·상처 치료·책임감 고취' 위해 필요 vs 입양비보다 입양인 검증 및 교육이 우선 돼야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유기된 동물 수는 10만 781마리로 전년인 8만 973마리보다 증가했다. 버려진 동물이 늘고 있는 만큼 동물에게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유기동물 입양이 활발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유기견 토리를 ‘퍼스트 도그’로 입양하며 반려인들의 찬사를 받았고 가수 이효리, 배우 이용녀 등 유기동물을 키우는 연예인들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유기동물 입양은 주로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센터나 민간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이뤄진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유기동물 입양은 무료로 이뤄진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기동물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지자체나 동물단체에 5만원에서 최대 수십만원까지 입양비·책임비란 명목의 돈을 내고 유기견을 데려오고 있다. 입양비에는 정확한 기준이 없다. 단체마다 천차만별의 가격차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유기견 입양비는 왜 발생하는 걸까?


◆입양비를 내는 이유는? ‘중성화 수술비·예방접종·마이크로칩·책임감’

유기동물이 구조되면 지자체가 지정한 ‘유기동물보호센터’로 보내진다. 이때 유기동물의 치료와 검진이 이뤄지고 동물보호센터에 등록돼 주인을 찾는 절차를 진행한다. 이후 열흘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유기동물은 지자체 소유가 된다. 지자체는 이때부터 유기동물을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하는데 만약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안락사를 시키거나 동물보호단체로 이관한다.

동물보호법 19조에 따르면 지자체는 유기동물의 보호비용을 입양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금액과 범위는 명시돼 있지 않다. 단 보호법은 유기동물을 기증 또는 분양할 경우 ‘중성화 수술’에 동의하는 사람에게 우선으로 분양하고 중성화 수술을 권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함이다. 보통 중성화 수술비와 예방접종, 반려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생체 마이크로칩비 등이 입양비에 포함한다.

특히 중성화 수술 비용은 적지 않은 수준이다. 동물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중성화수술비는 대형견의 경우 70~80만원, 중형견은 40~50만원, 소형견은 30~4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 이사는 “카라는 유기견 입양인에게 7~10만원을 책임비로 받고 있다”며 “책임비는 다른 유기동물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고, 입양인이 유기견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6일 입양한 유기견 `토리`를 안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처럼 동물단체는 입양비에 대해 유기동물에게 사용되는 ‘비용’보다 입양자의 ‘책임감’을 고취하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설명한다. 전국동물보호활동가연대 배우 이용녀 씨는 “유기견 입양을 하겠다는 사람이 찾아와 중성화 수술에 대해 ‘그냥 해주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으면 동물에 대한 애정이 없어 보여 입양을 보내기 꺼려진다”면서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책임감을 보기 위해 대부분 동물단체에서 입양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토리’를 입양할 때 동물단체 케어에게 명예회원비 10만원을 냈다. 케어 임영기 사무국장은 “명예회원비는 다른 동물단체의 책임비·입양비와 같은 의미이며 유기동물 치료나 구조비용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기동물을 입양할 때 ‘공짜’로 받는다는 느낌을 줄까 봐 명예회원비를 받는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안성시의 사설 유기견 보호소 `행복한 보금자리`에서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유기견들의 모습. 사진=뉴스1

◆지난해 유기동물 입양률 28%…돈보다 제대로 된 입양인 교육이 중요

지난해 한 동물보호센터에 유기견을 입양한 A씨는 40만원을 내야했다. 담당 수의사는 “예방접종비, 중성화 수술비 등을 입양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A씨에게 입양비를 요구했다. 자신이 데려가지 않으면 안락사된다는 생각에 A씨는 입양비를 내고 강아지를 데려왔다. A씨는 “개인적으로 중성화 수술은 강아지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은 기뻤지만 입양비가 부담됐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유기동물 입양인에게 별도의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시는 예산으로 유기동물의 검진·예방접종·중성화수술 비용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 대신 입양인이 유기동물을 파양하지 않고 제대로 키울 수 있는지 검증하고 교육하는 데 노력을 쏟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센터는 △유기동물을 위한 동물병원 △동물입양센터 △동물보호 교육장 △동물보호 커뮤니티 등을 운영한다. 출처=서울시

서울 강동구 최재민 동물복지팀장은 “유기동물을 생명으로 바라보고 지역사회에서 구조부터 치료까지 책임질 필요가 있다”면서 “입양비보다 유기견의 기본예절교육과 견주에 대한 책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강동구는 입양센터를 통해 입양인에게 유기견 입양 전·후로 7번의 교육을 하고 있다. 유기견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20일가량의 숙려기간도 뒀다. 그 결과 유기견의 입양이 활발해지고 파양도 줄었다는 것이 강동구의 설명이다.

정부도 올해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 동물을 분양받을 때 최대 20만원까지 질병진단키트,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첫 해 예산으로 7억5600만원이 배정했다. 단 민간동물단체의 보호소에서 입양은 지원하지 않고 입양자 본인이 50%까지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입양비는 따로 정해진 기준이 없어 각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센터별로 다르다”면서 “아직 세부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 입양비를 전액 지원하는 서울시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신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