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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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비싼 숙박비' 올림픽 이후 외면받을 수도.."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요"

 평창 숙박비…논란에도 부담스러워 / 숙박업소들 올림픽 특수 기대 / 성수기보다 2∼3배 비싼 요금 / '바가지요금' 논란으로 역풍 / 현장은 올림픽 분위가가 느껴지지 않아 / 올림픽 이후 더 외면받을 수도 / 숙박요금 논란 후 KTX를 이용 / 올림픽 기간 동안 '이미지 쇄신 시급'…다양한 관광 상품 적극 알려야

서울과 달리 비교적 따듯한 날씨를 보인 27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경포대. 여행객들은 오륜기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묵을 수 있는 호텔이나 모델은 없죠. 서울에서 자동차로 3시간이면 오는 거리인데…. 비싼 요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숙박할 필요가 있을까요? 예약 전화해보세요. 기분 나쁜 것은 둘째고 자괴감까지 들어요.”

“그 금액으로 차라리 해외여행을 가요. 돈 있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없어서 해외여행 갑니다. 나중에 돈 모아서 국내 여행하고 싶다는 말까지 합니다. 농담 아닙니다. 당일치기 아니면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엄두가 나질 않죠. 뻔한 월급쟁이가 그 돈 주고 숙박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차라리 차에서 잠을 잡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보다 춥다는 최강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서울은 꽁꽁 얼어붙었다.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한강은 얼어붙고 집집마다 굵은 고드름이 생기는 등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서울과 달리 비교적 따듯한 날씨를 보인 27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이 열리는 개최 도시인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차분했다.

27일 강원도 올림픽 개최도시인 평창과 강릉을 찾았다. 평창과 강릉은 비교적 따듯한 날씨 탓에 두꺼운 외투나 모자나 장갑 등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한 여행객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현지 경기장 마다 올림픽이 앞으로 2주일로 다가왔음을 실감케 했다. 도로 곳곳에는 올림픽 관련된 입간판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환영 문구와 경기장 안내 등 다양한 문구가 올림픽 기대감을 높이고 있었다. 올림픽 경기장마다 개막을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으로 분주했다.

새롭게 지어진 경기장은 가까이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경기장마다 경기종목 그림으로 올림픽이 다가고 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피겨 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 경기장을 멀리서 둘러보았다.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으나 테러와 안전을 위해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었다.
서울과 달리 비교적 따듯한 날씨를 보인 27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경포대 해수욕장을 찾은 여행객들이 바닷바람 맞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경기장 주변 식당을 찾았다. 하지만, 경기장 분위기와 달리 싸늘했다. 들썩이는 올림픽 분위기를 예상했으나 개최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여기가 올림픽이 열리는 도시인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차분했다.

강릉의 유명관광지인 경포 선교장 가는 길에 형성된 순두부 촌을 찾았다. 방송 매체에 소개된 순두부집에서 음식을 시킨 후 종업원에게 곧 올림픽이 열리는데 관광객이 늘었느냐 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점심을 마친 이 (25·여)씨는 “올림픽 때문에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찾는 것 같아요. 올림픽 했던 곳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쯤은 찾을 수 있겠지만, 음식점이나 숙박 시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다시 올 수 없잖아요. 다시 안 올 거 같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올림픽 기간 평창을 중심으로 강원지역 숙박업소들이 성수기보다 2∼3배 비싼 요금을 요구, '극성 ‘바가지요금'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역풍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숙박시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인식과 비싼 요금이 관광객의 발길을 돌렸다. 올림픽 특수를 노린 ‘바가지요금’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가격을 휴가철 요금 정도로 내렸지만, 현장을 찾은 여행객들은 반응은 아직도 냉랭하기만 했다.
서울과 달리 비교적 따듯한 날씨를 보인 27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올림픽 홍보관.

방학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강릉을 찾은 김 씨 “아이들과 함께 여행할 기회도 많지 않다. 올림픽을 맞아 강원도를 찾았지만, 생각보다 차분한 분위기에 놀랐다.”며 “올림픽 홍보관도 좁고, 볼거리, 즐길 거리도 없는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고 했다.

올림픽 특수는커녕 ‘바가지 올림픽’이라는 이미지가 서서히 자리 잡고 있는 듯 했다. ‘바가지요금’으로 여행객들의 재방문율이 지속해서 떨어진다면, 올림픽 이후 심각해질 수 있다. 올림픽 특수를 기대해 한 번에 큰 수익은 장기적 지역 관광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횡계 터미널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한몫 단단히 챙기겠다는 심리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음식값 인상 자제 등 전반적인 관광 이미지 쇄신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현장에서 만난 여행객들의 의심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었다. 

강릉 경포대에서 만난 김 (남·35)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주도도 비싼 물가 때문에 불만이 많잖아요. 국가의 이슈 꺼리나 관광지가 되어 갈수록 바가지요금이 따라 온다는 게 씁쓸합니다. 한번 나빠진 이미지는 되돌리기가 쉽지 않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도 한 달에 한 번씩 놀러 오는데, 비싼 물가를 접한 후 다시는 오고 싶지 않더라고요.” 고 씁쓸해 했다.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 인근 음식점과 모텔들.

이어 “저번에 보니깐. 숙박업소 연합회에서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켜질지 의문이다. 올림픽 이후에도 이미지 회복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든다.”며 “홈페이지에 공개된 숙박 요금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좀 더 투명하고 관광객들이 알기 쉽게 시에서 적극적으로 요금 및 현황 등을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 알펜시아에서 만난 류(33·남) 씨는 “올림픽 전에 관광객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올림픽이 끝나고 난 후에 이런 관심을 지속 될지 의문이 든다. 올림픽 잔상이 남아 사람들이 찾긴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부닥치는 관광비가 너무 들기 때문에 강원도에 대한 더 안 좋은 이미지만,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인 문제를 대처해야 할 것 같다. 숙박비나 음식비 교통비 국내 여행 수준을 맞춰주는 것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강릉시 경포대 해수욕장 인근 모텔들.

전문가에 따르면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을 지속적으로 높아 질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하루 이틀 문제라고 보지 않고 있다. 눈치를 보며 숙박비를 흥정하는 것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한번 나빠진 이미지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렵다”며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 실추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평창·강릉|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