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결론은 명쾌했다. 입시는 ‘수능’이 아니라 ‘수시’라고 했다. 2018학년도 대입에서 수시 비중이 70%를 넘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 뽑는 정시 정원은 10명 중 3명뿐이다. 문제는 수시를 고교에 입학해서 준비하기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는 것. 중3 겨울방학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수준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정하고 거기에 맞게끔 학생부를 어떻게 풍부하게 할지 전략을 짠다. ‘아뿔싸! 늦었구나.’ 주저 없이 수시를 포기하고 수능에 올인하기로 했다. 도박이나 다름없다.
학생부 전형이 아이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믿었다. 성적이 아니라 창의성과 발전가능성을 보고 뽑겠다고 하지 않았나. 순진했다. 학종을 겨냥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눈부신 성과를 거두는 학교들이 있긴 하다. 아이 학교에서 학생부 준비는 학생 몫이었다. 학교 측은 몇몇 학생만 챙기는 듯했다. 서울 강남에서는 입시컨설팅업체 도움을 받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교사가 특정 학생을 불러 “○○대회에 나가보지 않을래”라고 권유하는 걸 본 아이 마음이 어땠을까.
‘학종=금수저 전형’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뒤늦게 정부가 수상실적이나 자율동아리활동 기재를 금지하는 등 학생부 항목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부모 능력에 따라 학생 ‘스펙’이 달라지는 폐단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전형요소가 줄면 공정해질까.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제로 바꿨더니 영어 4등급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한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 없다.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고3 수험생 10명 중 8명이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고 본다고 하지 않는가.
박희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