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28년 전 데뷔무대… ‘사라 키즈’와 연주 뜻깊어”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예술의 전당’ 30주년 기념 무대/신아라 등 자신의 연주 보고 자란 17명의 후배들과 협연 ‘눈길’/
비탈리 ‘샤콘’·비발디 ‘사계’ 선봬
“예술의전당은 집에 왔다는 느낌을 주는 홀이에요. 음향 측면에서도 항상 내 소리를 포근하게 받아주는 다정함이 있어요.”

한국계 2세 미국인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사진)이 서울 예술의전당 30주년을 기념하는 ‘사라 장과 17인의 비르투오지’ 공연을 갖는다. 사라 장과 예술의전당의 인연은 깊다. 1990년 1월 30일 그가 한국에 데뷔한 무대가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였다. 2008년 예술의전당 20주년 기념음악회에서도 함께 했다. 공연 하루 전인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사라 장은 한국 데뷔 무대를 돌아봤다.

“데뷔 무대요? 옷이 정확하게 기억나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데뷔 연주를 마치고 한 달 후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데뷔 공연을 해야 했는데 그새 옷이 안 맞는 거예요. 당시 아홉 살이라 하루가 다르게 컸거든요. 엄마와 할머니가 제 드레스를 찾아 동분서주하시던 모습이 생생해요. 또 공연이 끝나고 리셉션에서 누군가를 만나게 돼서, 부모님께 ‘저 아저씨는 누구예요’라고 여쭤봤는데,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었어요.”

사라 장을 초청한 이는 1990년 1월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신설된 문화부의 이어령 초대 장관이었다. 사라 장은 “그날 공연을 시작으로 매년은 아니지만 꾸준히 한국을 찾았다”며 “곡도 달라지고 오케스트라도 달라졌지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만은 똑같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단 한 차례만 열린다. 사라 장은 “이번 공연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이 아니라 개성 넘치는 솔리스트들과 함께 연주해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사라 장은 후배 바이올리니스트 신아라(악장)·김다미·김지윤·윤동환·김덕우·양지인·양정윤·김계희, 비올리스트 이한나·정승원·윤소희·홍윤호, 첼리스트 박노을·이정란·심준호, 베이시스트 성민제·최진용과 모여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결성했다.

이들은 사라 장과 함께 공연하게 돼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신아라 악장은 “우리는 사라가 연주하는 것을 보고 자랐고, 이번 공연을 통해 사라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첼로 연주자 이정란은 “사라 장이 차이콥스키협주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TV로 보면서 꿈을 키웠다”며 “레전드(전설)와 눈을 마주치며 연습할 수 있다니 꿈만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라 장은 후배들의 극찬에 “내가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은데 모두가 나를 보며 자랐다고 하니까 기분이 이상하다”면서 “그런데 거꾸로 내가 더 많이 배운다. 17명의 세계 정상급 솔리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이 연주한다니 너무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연주곡은 비탈리 ‘샤콘’과 비발디 ‘사계’, 피아졸라 ‘사계’ 등이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