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최대 명절은 르바란이다. 이슬람력 10월인 샤왈 1일부터 시작된다. 올해 르바란 휴가기간은 6월 13∼19일. 가족 친지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민족의 대이동은 당연지사. 수천만명의 귀성행렬이 이어진다. 지방간선도로에서 3∼4일을 허비하는 것은 예삿일이다. 버스와 항공기 등 이동수단이 턱없이 부족해 열차의 화물칸, 지붕, 화장실에도 사람이 넘쳐난다.
방글라데시 국민들의 대이동도 이웃나라 못지않다. 인구의 83%가 무슬림인 방글라데시에서는 매년 라마단 기간에 민족대이동이 이뤄진다. 어린아이와 짐을 붙들고 기차 지붕에 올라가 귀향하는 장면은 눈이 휘둥그레지게 한다. 마치 전쟁 피난 행렬 같다.
미국도 크리스마스연휴 때 국민대이동이 일어난다. 자동차가 주요 이동수단이기 때문에 연료비가 오르는 것으로 연휴 시작을 알린다. 큰 도시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차량 정체현상이 빚어지기 일쑤이다. 항공요금도 크게 오른다.
우리나라는 경부고속도로의 정체시간 예보로 설연휴가 다가왔음을 알게 된다. 올해는 경부고속도로 서울↔부산 최대 소요시간이 7시간 20분 이상, 서울↔광주는 5시간30분 이상이라고 한다. 고생길이라는 것을 알지만 매년 반복하고 있다. 도로에서 소요하는 시간의 크기만큼 가족의 정이 깊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이다.
한용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