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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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순실 重刑 선고, 비선 전횡 없도록 ‘역사의 거울’ 삼자

1심, 징역 20년 국정농단 엄벌 / 신동빈 회장 뇌물공여 법정구속 /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취소 우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몰고 온 국정농단 세력에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어제 비선권력의 ‘몸통’인 최순실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하고 72억여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이던 신 회장은 실형 선고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된 미르·K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해 기업체 출연을 강요한 것으로 볼밖에 없다”고 했다. 기업들이 ‘대통령 관심사항’ ‘청와대 지시사항’이라는 말만 듣고 재단설립 출연금을 내놓게 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재단 출연금 모금이나 뇌물수수 등에서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상당부분 인정했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짜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72억9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했다. 롯데그룹이 K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으로 낸 70억원은 제3자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사이에 롯데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재개장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어제 재판에선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과 유무죄 판단이 서로 달라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최씨의 딸 정유라가 탔던 말 3마리와 관련해선 이 부회장의 항소심이 삼성의 소유로 간주했으나 이번 재판부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뇌물로 받았다고 판단했다.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뒤 작성했던 수첩의 증거능력에서도 차이를 드러냈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됐던 ‘안종범 수첩’은 항소심에서 뒤집어졌지만 어제 판결에선 다시 증거능력이 인정됐다. 재판부마다 판결이 오락가락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씨의 국정농단은 2016년 10월 언론보도로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검찰과 특검 수사에서 최씨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사실이 드러났고,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렸다.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씨에 대한 엄벌은 당연하다.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과 함께 국정질서를 유린하고 사익을 챙긴 최씨의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치 지도자들은 비선권력의 전횡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어제 판결을 ‘역사의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