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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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여성이 나서야 정치가 바뀐다

새바람 일으키는 유럽 청년 지도자들 / 한국은 ‘신데렐라 정치’로 퇴행 / 청년 진입 장벽 허무는 개혁 시급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은 지난 7일 제1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특별대담에서 “알리바바의 성공 비결은 여성과 청년을 많이 고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 직원 평균 연령은 33세. 전체 직원의 49%, 고위경영진의 37%가여성이다. 남성을 고용하면 좋은 기업이 되지만 여성을 고용하면 완벽한 기업이 된다, 많은 사람이 희망이 없다고 하는데 기업에 청년이 없어서 희망이 없는 것이다, 청년들도 물론 문제가 있지만 문제는 누구나 있다, 나이 든 사람은 문제가 있는 데다가 그 문제를 바꾸기도 어렵다, 청년과 여성을 환영하고 포용할 준비를 하라··· 그가 제시하는 경영 철학이자 미래 사회에 대한 비전이다.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인 ‘유스퀘이크(Youthquake)’. 청년문화가 일으키는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변화를 가르킨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꼽은 2017년 올해의 단어다. 유스퀘이크는 지난해 유럽에 30대 지도자를 탄생시키며 기성 정치권 몰락과 함께 정치 판도를 뒤바꿔 놓았다. 39세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31세인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37세의 여성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39세인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 젊은 지도자들이 열정과 패기를 앞세워 나라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대한민국 정치로 눈을 돌리면 한숨이 나온다. 사방이 막힌 곳에서 홀로 쇠잔해가는 노인을 보는 것 같다. 30대 정치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20대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55.5세. 고령화 사회를 닮아가듯 1대 국회 47.1세 이후 가장 나이가 많은 국회가 됐다. 청년(20∼39세) 당선자는 300명 중 3명(1%) 에 불과하다. 여성 의원은 17% 51명(지역구 의원 26명)으로 역대 국회 최다를 기록했지만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8.5%, 국제의원연맹(IPU) 평균 22.7%와 견주면 아직 멀었다.

지방정치라고 다르지 않다. 2014년 제6대 지방선거 당선자는 50대가 전체의 52.96%로 가장 많았다. 40대가 24.65%를 차지했고, 30대 2.99%, 30세 미만0.25%였다. 여성 당선자는 전체 당선자 3951명 중 854명으로 21.6%를 기록했다. 과거 지방선거에 비하면 여성 비율이 꾸준히 커지고 있으나 광역단체장은 여전히 금녀(禁女)지대로 남아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 같다.

청년과 여성의 정치 진입을 활성하려면 ‘신데렐라 정치문화’부터 타파해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물갈이’를 표방해놓고 개혁성보다 당선가능성 위주의 외부 인사 영입에 치중한다. 정치 학습과 훈련 과정도 거치지 않은 정치 문외한을 내리꽂는 ‘낙하산 공천’은 기득권 정치만 고착화할 뿐 세대교체 정치개혁과 거리가 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장택상 국회부의장으로 정계에 입문해 25세에 최연소 국회의원이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30세때인 1954년 자유당 독재정권에 맞서기 위해 제4대 민의원선거에 출마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지금과 같은 정치 풍토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청년과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확대돼야 정치가 바뀌고 나라가 발전한다. 청년들의 정치 진입 장벽을 허물고, 청년 정치인을 키우는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김기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