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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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거세진 美 보호무역 공세… 우리 ‘경제외교’ 안 보인다

이번엔 철강 53% 관세 폭탄 추진
대미 흑자 줄이고도 동네북 신세
무역 파고 넘을 총력 대응 화급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는 철강산업이다. 미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12개국 철강제품에 대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53%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모든 국가의 철강제품에 대해 지난해 수입액의 63%를 쿼터로 제한하는 방안과 24% 관세를 일률적으로 매기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12개국 철강제품만 제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에 이어 두 번째 ‘보호무역주의 폭탄’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이 미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로 분류된 점이다. 미국과 동맹 관계인 캐나다, 일본, 독일, 멕시코는 12개국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캐나다는 대미 철강수출 1위국이다. 멕시코는 3위국인 한국보다 대미 수출액이 11% 적을 뿐이다. 그런 까닭에 한·미동맹에 의문을 제기하는 미국 조야의 분위기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백악관 공개무역회의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50분간 회의에서 10분가량을 한국과의 무역 문제를 지적했다. 그 자리에서 중국을 10번, 일본을 4번 거론한 데 반해 한국은 무려 17번이나 거론했다고 한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그 협정은 재앙”이라며 “재협상 성과가 없으면 폐기하겠다”고도 했다. GM의 군산공장 폐쇄에 대해서도 격찬을 했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 229억달러로, 전년보다 17%나 줄었다. 사상 최대 규모인 3752억달러의 대미 흑자를 낸 중국과 한국보다 2배 많은 흑자를 낸 일본과 독일을 제쳐두고 우리나라가 유독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는 한·중·일에 대해 “그들은 우리를 25년간 살해해(murder) 왔다”며 “무역에서만은 동맹국이 아니다”고 했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 미국의 무역 공세가 세탁기, 철강에 그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TV, 자동차, 반도체로 확대될 수 있다고 한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마땅히 국가적인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생각을 돌리려는 외교 설득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외교 총력전에 나선 일본과는 다르다. 세탁기 세이프가드 때도, 지금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업체 관계자를 불러 모아 발등의 불 끄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식으로 무역 파고를 넘을 수 있겠는가. 한·미동맹 균열이 사태를 키운 것은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 지금이라도 대미 경제외교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