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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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논란’ 고은 시인 수원 광교산 떠난다

수원 ‘문화향수의 집’ 5년 거주 / 지역 여성단체·주민 반발 거세 / 市 지원 중단 방침… 연내 이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 시인이 거주 시설이자 창작공간인 경기 수원 광교산 자락의 ‘문화향수의 집’을 떠난다.

경기 수원시는 18일 “고은 시인이 고은재단 관계자를 통해 ‘올해 안에 계획해뒀던 장소로 이주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전해왔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시인이 지난해 5월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놓고 시와 갈등 중이던 광교산 주민들의 퇴거 요구를 겪으면서 수원시가 제공한 창작공간에 거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이주를 준비해 왔다”면서 “‘자연인’으로 살 수 있는 곳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또 “ ‘시인이 더는 수원시에 누가 되길 원치 않는다’는 뜻도 전해 왔다”며 향후 거주지와 관련해서는 “문화향수의 집에서 나가신다고 했는데 시인께서 마련하시는 새 거처가 수원 관내인지 아니면 타 지역인지는 말씀하시지 않아 저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은의 이주 결정은 최근 불거진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알려지면서 수원지역 여성단체들이 시인 지원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결정으로 분석된다.

최근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과 관련해 수원지역 여성단체들은 성추행 가해자로 알려진 고은에 대해 “수원시는 고은 시인 지원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시는 올해 고은 시인 등단 60주년을 기념해 추진할 예정이었던 문학 행사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온 고은은 경기 안성시에서 20여년간 거주하며 창작활동에 전념해 오다 ‘인문학 도시 구현’을 목표로 하는 수원시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2013년 8월 수원시 장안구 광교산 자락의 주거지이자 창작공간인 ‘문화향수의 집’으로 이사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시는 민간인으로부터 사들인 주택을 수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해 제공했고, 수년간 매년 1000만원이 넘는 전기료와 상하수도요금 등 관리비를 내주고 있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