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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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요! 아름다운 그대…이상화, 당신은 영원한 챔피언

이상화 500m 값진 은메달/변방 머물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2010 밴쿠버서 깜짝 金… 황금기 열어/2014 소치서 2연패 달성 여제 등극/잦은 부상·슬럼프 딛고 혼신의 질주/이상화 "값진 경기였고 후회 안해/이제는 나에게 휴식을 주고 싶어"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부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까지 8년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최고 황금기다. 변방에 머물며 오랫동안 정상권을 노크하던 한국은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3개를 휩쓸며 전설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한국은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최상위권에 머물며 세계를 호령했다. 이 황금기의 정중앙에 위치한 선수가 이상화(29·스포츠토토)다. 2010년 밴쿠버대회 여자 500m 금메달에 이어 2014년 소치대회에서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소치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이상화는 4년후 홈에서 펼쳐지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을 준비하며 다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이끌기 시작했다.

이상화가 18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남정탁 기자
18일 올림픽 3연패에 나선 이상화의 도전은 은메달로 아쉽게 마무리됐다. 이상화는 초반 100m를 10초20에 타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바로 앞 조에서 레이스한 숙적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2)가 세운 기록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선수 생활동안 언제나 강한 모습을 보인 이상화는 레이스를 마친 뒤 끝내 뜨거운 눈물을 보였다. 12년에 걸친 이상화의 올림픽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이제야 미소 짓는 여제 이상화(오른쪽)가 18일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2위에 오른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딴 고다이라 나오(일본·가운데), 동메달을 딴 카롤리나 에르바노바(체코)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남정탁 기자
이상화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만들어낸 최고의 천재다. 휘경여중 시절부터 언니들을 제치고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는 17세로 여자 500m 경기에 나서 5위에 오르는 괴력을 선보였다. 이후로도 성장을 거듭해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당시 세계 여자 단거리를 주름잡고 있던 독일의 예니 볼프를 꺾고 ‘이상화 신화’의 첫 페이지를 썼다.

이후 이상화는 여자 단거리의 ‘여제’로 당당히 등극했다.특히 2012년부터 소치동계올림픽이 열린 2014년까지 이상화는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2012~2013 시즌에는 월드컵시리즈 종합 우승과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등 14번의 대회에 참가해 12개의 금메달을 휩쓸었고 2013년 11월에는 한 달 동안 세계 신기록을 세 번이나 갈아 치우기도 했다. 이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연패까지 달성하며 또 다른 신화의 한페이지를 마무리했다.

이상화가 18일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 관중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강릉=남정탁 기자
그러나 소치대회 이후 이어진 ‘이상화 신화’의 세 번째 페이지는 순조롭게만 이어지지 않았다. 무릎과 종아리 등에 여러 부상이 찾아오며 슬럼프가 시작됐다. 특히 2016~2017시즌에는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다. 이상화가 주춤한 사이 고다이라가 급성장해 이상화를 추월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상화는 2017~2018 시즌 과거의 기량을 조금씩 되찾았지만 고다이라를 끝내 넘지 못했다.

이상화는 “첫 스타트가 정말 빨랐다. 너무 빠른 속도를 오랜만에 느껴서 오히려 마지막 코너에서 실수가 있었다”면서 “이미 경기는 끝났고 은메달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값진 경기였고 후회하지 않는다.이제는 저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레이스 뒤 ‘드디어 끝났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어 오히려 눈물이 났다”면서 “3연패의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계속 되뇌었다”고 소회를 덧붙였다.

강릉=서필웅·남정훈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