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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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 숨지게 한 급유선 선장 "낚싯배 과실 더 크다."

사고 때 당직 근무 안 하고 조타실 비운 갑판원은 무죄 주장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를 추돌해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는 급유선 선장 전모(37)씨가 현장검증을 받고자 8일 오전 인천시 서구 북항 관공선부두에 정박한 급유선 명진15호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낚시 어선을 충돌해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급유선 선장이 법정에서 낚시 어선의 과실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형사8단독 김나경 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업무상과실치사·치상 및 업무상과실선박전복 혐의로 기소된 급유선 명진15호(336t급) 선장 전모(39)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진15호를 사고 당시 (낚시 어선 선창1호를) 추월하는 선박으로 전제하고 선장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검찰 측 공소 사실에는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씨 변호인은 "선창 1호가 좁은 수로에 진입한 뒤 명진 15호가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적 여유는 40여 초 밖에 되지 않았다"며 "'좁은 수로 항법'을 지키지 않은 상대 선박(낚시 어선)의 과실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좁은 수로 항법에 따르면 좁은 수로에서는 작은 배가 큰 배의 흐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사고 당시 2인 1조 당직 근무를 하지 않고 조타실을 비웠다가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갑판원 김모(47)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당직 근무를 소홀히 해 회사 자체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원양 항해선에 적용하는 당직 체계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령상 주의 의무를 위반한 건 아니다"며 "급유선은 500t급 미만이고 항해 시간도 6시간 미만이어서 갑판원이 필요한 선박은 아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해양경찰 등 관계자들이 낚싯배 선창1호의 선미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오른쪽). 왼쪽은 인천시 중구 북항 관공선부두에 선창1호를 추돌한 급유선 명진15호. 명진15호 앞 아래(빨간 동그라미)에는 선창1호 밑바닥 색상인 것으로 추정되는 파란색이 묻어 있다.

전씨와 김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 내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들은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피고인석 책상만 응시했다.

이날 전씨와 김씨의 지인뿐 아니라 이번 사고로 숨진 희생자 유가족 일부도 법정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동서 사이인 전씨와 김씨는 지난해 12월 3일 오전 6시 2분께 인천시 영흥도 진두항 남서방 1.25㎞ 해상에서 낚시 어선 선창1호를 들이받아 낚시객 등 15명을 숨지게 하고 7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충돌 후 전복된 선창1호에는 당시 22명이 타고 있었다. 숨진 15명 외 '에어포켓'(뒤집힌 배 안 공기층)에서 2시간 40분가량 버티다가 생존한 낚시객 3명 등 나머지 7명은 해경 등에 구조됐다.

전씨는 사고 직전 낚시 어선을 발견하고도 충돌을 막기 위한 감속이나 항로변경 등을 하지 않았고, 김씨는 전씨와 함께 '2인 1조' 당직 근무를 하던 중 조타실을 비워 관련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해경 조사에서 "충돌 전 낚싯배를 봤지만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다음 재판은 4월 9일 오후 2시 30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