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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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기사식당 마루 밑 ‘참새들의 식당’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속담처럼 어느새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이다. 점심시간 서울 효창동 한 기사식당의 반쯤 열려 있는 문틈으로 참새 몇 마리가 날아들었다. 뭐 얻어먹을거리라도 있어 날아왔나 생각하는 순간 참새들이 마루 밑으로 들어가 입에 뭔가를 물고 날아간다. 뭐가 있나 궁금해 허리를 굽혀 들여다보니 페트병을 잘라 만든 작은 그릇에 쌀알이 소복이 담겨 있다. 처음이 아닌 듯 참새들은 몇 번이나 마루 밑 식당(?)을 오가며 먹잇감을 물어 나른다. “고놈들이 이 식당 단골손님들이여”라며 진짜 단골 기사님들이 거든다. 겨울의 끝자락에 먹이 구하기 힘든 참새들을 배려하는 식당 사장님의 마음에서 따뜻한 봄기운을 느낀다.

남정탁 기자